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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변하는 도시에서 예술의 역할, 도시와 예술의 관계 맺기

이경애 _미학연구자  date. 2018.11.07

안녕, 서울X예술 ② <시티 컨퍼런스 : 예술과 도시> 리뷰



근대 대도시의 탄생 이후 도시는 예술가들과 작가들에게 영감의 원천이자 사유의 공간이었다. 이는 비단 예술가들의 전유물만은 아닐 것이다. 따라서 도시를 사유하는 방법 또한 다양하게 진화하고 있다. 도시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도시문화정책과 프로젝트들이 그것이다. 서울의 경우, 세운상가, 서울역, 서울로7017, 경의선 숲길, 종로 BRT 프로젝트 등은 보행자 기반의 모빌리티 네트워크로 전환하기 위한 대표적인 프로젝트들이다.


이러한 프로젝트들은 예술을 통해 도시의 역사와 문화 경제적 인프라와 테크놀로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의 커넥션을 구축하고 있다. ‘2017–18 한영 상호교류의 해’의 일환으로 열린 <커넥티드 시티 CONNECTED CITY>에서는 도시, 예술, 기술, 건축, 재생, 협업의 키워드로 한국과 영국의 예술가들이 협력하여 서울의 낙산공원,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세운상가, 남산, 회현, 서울로, 중림동, 서계동 등 도시 속 지역 공동체를 중심으로 문화, 예술, 테크놀로지를 결합한 다양한 예술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빠른 도시의 변화 속에서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시민들이 예술을 통해 서울이라는 도시를 새롭게 바라보고 느낄 수 있도록 하는 포맷으로 뮤직시티(Music City), 플레이어블시티(Playable City), 메이커시티(Maker City), 스토리텔링시티(Story Telling City), 퍼포밍시티(Performing City), 시티컨퍼런스(City Conference) 등 크게 6가지 카테고리로 구성되었다. 무엇보다 참여적 인터랙티브 장치와 프로그램을 통해 관람객들과의 유희적 커넥션에 중점을 두었다는 것이 특징이다.



예술과 도시를 말하다


그중에서 지난 10월의 마지막 날 필자가 다녀온 <시티 컨퍼런스 : 예술과 도시>는 <커넥티드 시티> 프로젝트의 마지막 프로그램으로 서울시, 영국문화원, 서울디자인재단이 주최하고, 프로듀서그룹 도트, 서울역일대도시재생지원센터, 서울산책,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의 주관으로 개최되었다. 1부는 도시를 새롭게 사유하는 방법이라는 타이틀로 5명의 전문가와 기획자들의 발표가 있었다. 이어서 2부에서는 <커넥티드 시티>의 크리에이터들 어떻게 서울이라는 도시 공간을 관련지어 생각하고 있는지 그들의 예술적 사유가 드러난 프로젝트들을 소개했다. 이번 컨퍼런스는 '예술과 도시‘이라는 큰 주제를 놓고 한국과 영국의 도시, 건축, 축제, 예술 전문가들과 프로젝트를 수행했던 기획자들, 예술가들이 급변하는 도시에서 문화예술의 역할과 방향성과 도시와 예술의 지속적인 관계 맺기의 가능성과 방법론에 대해 발표하고 논의하는 의미 있는 자리였다.


첫 번째 기조 발표자로 나선 저스틴 시몬스(Justine Simons) 런던시 문화 및 창조산업 부시장은 ‘도시 속에서의 문화, 왜 중요한가?’라는 주제로 인공지능과 4차 산업혁명이라는 급속한 기술 발달로 한 치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현대 사회에서 문화는 도시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로서 현대 도시에서 “예술은 도시의 영혼을 만들며, 21세기 도시가 지속 성장하기 위해서 문화가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이어서 <2017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배형민 총감독은 ‘서울비엔날레, 또는 장소 만들기’라는 주제로 서울돈의문박물관, 세운상가-창신동-낙산공원 일대의 현장프로젝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의 도시전 등 비엔날레를 통해 유기적으로 연결된 다양한 공간들의 ‘장소 만들기’에 관해 소개했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장소 만들기’가 뜻하는 바는 무엇일까. 필자가 생각하기에 장소는 공간과 다르다. 공간에 대한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 의미를 찾을 때 비로소 공간은 ‘장소성’을 획득한다. 결국, 시민, 지역주민, 전문가 기관들의 참여와 협력이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공간들에 공공재로서의 장소성을 부여하게 되는 것이다.


다음으로 ‘2017-18 한영 상호교류의 해’ 최석규 예술감독은 ‘도시변화와 예술과 테크놀로지의 새로운 역할과 창작방식’이라는 주제로 기술이 생활에 편의를 제공하는 도구에서 사람들의 삶에 문화-예술적으로 접근하는 방법적 전환을 시도해야 하며, 도시와 문화의 관계가 변화함에 따라 예술과 기술의 창작방식 또한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크리에이터로서 도시의 문화 정체성을 만들기 위해 도시의 다양한 문화를 어떻게 통합적으로 사유할 것인지에 관한 3가지 관점으로 다양성, 통합성, 지속가능성 고려해 볼 것을 제안했다. 이어 런던의 공공예술 프로젝트 <빛나는 강(The Illuminated River)>의 감독 사라 가벤타(Sarah Gaventa)가 ‘런던의 공공 프로젝트를 통한 도시 사유’를 주제로 런던 템스강에 위치한 15개의 다리에 조명을 설치하는 대규모 공공프로젝트를 소개했다. 마지막으로 안규철 서울시 공공미술자문단장은 ‘공공미술의 새로운 상상력’이라는 주제로 이화동 벽화마을 사건, 서울로7017 <슈즈트리> 작품의 흉물논란과 철거를 예로 들며, 영혼 없는 공공미술이 과잉공급 되고 있는 서울의 현 상황을 ‘공공성’의 부재와 ‘건축물미술장식제도’의 문제점으로 지적하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나아가 “시민의 삶과 공동체의 예술적 참여로서 공공미술의 가능성을 확장하고, 다음 세대를 위해 공간을 비워주는 공공미술도 상상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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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를 걸으며 무한히 연결되는 관계


이번 <시티 컨퍼런스>가 필자에게 던진 화두는 두 가지이다. 그 하나는 도시를 사유하는 또 다른 방법으로 도시를 산책하는 것. 도시 산책, 길거리 떠돌기는 나름 오랜 역사를 가진 취미 활동이다. 보들레르와 발터 벤야민 덕에 대명사가 된 ‘산책자’라는 뜻의 ‘플라뇌르(Flâneur)’는 도시의 거리를 천천히 걸으며 익명의 군중 속에서 시대의 징후를 읽어내는 예술가 혹은 지식인을 뜻하게 되었다. 언젠가 서울살이를 하는 지인의 취미가 산책이라는 말을 듣고 의아했던 적이 있다. 그는 ‘그냥 걷는 게 산책이다’라고 했지만, 서울은 산책하기 좋은 도시는 아니지 않은가. 이 바쁜 도시 서울에서 걷는다고? 어디를? 산책은 넓은 정원을 소유한 영국의 부르주아나, 하이라인과 센트럴파크를 거느린 뉴요커, 보들레르의 후예인 파리지앵에게나 어울리는 취미가 아닌가. 그러나 언제부턴가 사람들은 서울의 곳곳을 걷기 시작했다. 급속한 현대화의 결과 몰개성적이고 함부로 지어진 건물과 점포들, 산만한 길과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 속에서 산책은 여전히 어색하지만, 서울시는 보행 도시로 재창조한다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고, 도시의 문화기획자들과 예술가들의 프로젝트에 의해 도시의 숨은 역사가 발견됨에 따라 서울의 산책도 활기를 찾아가고 있다.


다음으로 필자가 주목한 개념은 ‘커넥티드’였다. 동시대 도시 공간에서 인간과 장소, 공간, 그리고 인간을 둘러싼 문화적 모든 것, 심지어 4차산업혁명과 AI, IOT, 자율주행차 등이 현실화되는 동시대 사회를 표현하는 용어이기도 하다. 이보다 현대사회의 핵심을 설명하기에 더 좋은 단어는 없을 듯하다. 도시라는 장소와 공간, 예술, 그리고 공공을 ‘커넥트’한다는 것은 단순한 연결의 의미를 넘어, ‘커넥트’, ‘커넥티드’ ‘커넥션’은 현대사회의 존재론적 관계 맺기를 아우른다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도시의 커넥트는 다양한 선들로 진화하고 있으며, 그에 따라 도시의 잠재력은 이미 현실화되는 중이다. 사회적 내비게이션 앱과 같은 상향식의 유기적 노력부터 인프라 차원의 구축과 같은 하향식 조치에 이르기까지, 설계자 및 제조사의 손에 달린 기술, 모듈, 소프트웨어 및 에코 시스템을 이용하여 더 새롭고 더 스마트한 시스템을 구현할 수 있는 기회들이 있고, 이를 적용하기 위한 무한한 상상력이 열려 있다. 이제 우리는 기술적 진보와 결합한 예술과 더불어 문화라는 더 크고 새로운 렌즈를 통해서 도시를 들여다보아야 할 것이며, 그 속에서 시공을 초월해 커넥트 되는 도시산책자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사진제공 _ 프로듀서그룹도트


※ 이 기사는 서울연구원 ‘2017 작은연구 좋은서울 지원사업’ 연구모임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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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애 _미학연구자

타칭 잉여인간, 자칭 공주(공부하는 주부). 주로 하는 일은 혼자 ‘읽고 생각하고 말하고 쓰기’며, 혼자이기를 즐긴다. 고고미술사학은 학부전공으로 끝, 예술학, 미학은 아직도 공부만 하고 있고, 현재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호르몬 폭탄을 장착한 사춘기 아들과 수도권 도시 변두리에 살면서 잡독하며 잡글을 쓰고자 하지만, 잉여적 삶으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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