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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호
{공동기획}
성북동 삐딱 가족의 동네 예술 이야기

성북동 아스팔트  date. 2018.11.07

안녕, 서울X예술 ③ 마을과 문화, 예술



[우주마가린]의 첫 번째 공동기획 ‘안녕, 서울X예술’은 서울을 삶의 터전으로 삼아 문화예술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구성원들이 각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서울과 예술을 둘러싼 다양한 현상을 살피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거대도시 서울의 삶과 문화, 예술에 대한 작은 목격담이자 우주마가린의 첫 항해일지이기도 하다.


연재순서

안녕, 서울X예술   ① 방담 _ 마음을 흔드는 도시, 삶을 헤아리는 예술은 가능한가    (2017.12월)

안녕, 서울X예술   ② <시티 컨퍼런스 : 예술과 도시> 리뷰 _ 급변하는 도시에서 예술의 역할, 도시와 예술의 관계 맺기    (2017.12월)

안녕, 서울X예술  ③ 마을과 문화, 예술 _ 성북동 삐딱 가족의 동네 예술 이야기  (2018.1월)

안녕, 서울X예술   ④  소설 / 회사원 OO씨의 일일 _ 모퉁이 가게, 정한25시   (2018.1월)



성북동에 산 지 어언 7년이다. 서울에서 뜨겁게 타오르는 성북동이란다. 요전에 살던 용산도, 서래마을도, 삐딱 가족은 신중히 살기 괜찮은 곳을 골라 옮겼을 뿐인데, 그렇게 살기만 하면 핫(?)해져서 고민이다. 전셋값이 오르고, 차도, 사람도, 상점도 많아지면서, 한가롭고 쾌적하게 살기 위해 다음 스폿(?)으로 옮겨대기만 했다. 그렇게 옮겨와 지금 성북동에 살고 있는 이야기를 공유하고 싶다는 소박한 생각이 들었다. 워낙 핫(?)하다 하니 글에서나마 삐뚤어지고 싶은 욕구는 강한데 소심하기만 하다. 그저 지금 사는 이야기의 편린을 모아 어렵게 글을 쓰고 있다. 동네에서 산다는 게 뭔지, 거기서 문화생활로 누리고 싶은 것이 뭔지, 어눌하게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이 더 크다. 그저 동네 주민으로 사는 이야기이겠거니 하고 봐주면 좋겠다. 반응이 좋으면, <삐딱 가족의 동네 예술 탐험기>를 연재해볼까도 생각 중인데, 원체 소심할뿐더러 게으르기까지 해서 아직은 조심스러울 뿐이다.


삐딱 가족 구성원 소개

* 심술만 여사 : 초4에서 초5로 진입하는 여아. 약간은 중성적인 매력에 자신이 관심 없는 대상에는 정말 일원어치도 관심이 없다. 과학과 말장난을 좋아하고 수학은 두렵다. 장차 만들기로 될 수 있는 직업을 갖고 싶다.

* 돼지 엄마 : 40대 중반의 직장여성. 심술만 여사를 낳았다. 대담한 것 같으면서도 소심하다.

* 심지어 : 40대 후반의 직장남성. 심술만 여사의 아버지이자 레슬링 파트너. 약간은 개쿨병에 걸려있다.



학교 스케이트장에도 눈이 왔을까


눈이 소복이 내리던 어느 날, 등굣길에 오르던 심술만 여사는 학교 스케이트장이 아직 그대로 있을지, 아니면 녹았을지 걱정하고 있었다. 아무리 성북동이라지만 학교에 스케이트장이라니, 만무하다. “스케이트장이 생겼어? 어디에? 어떻게 타는 거야?” 돼지 엄마도 관심 있는 척, 최대한 캐묻지 않는 태를 내며 노력하니, “학교 뒷문 유치원 옆에 꽝꽝 얼어서 친구들이랑 스케이트 타. 지난번에는 엄청 넓게 꽝꽝 얼어서 신나게 놀았어.” 운동장 한구석 얼음판이 여사님과 친구분들의 신나는 스케이트장이 되었던 모양이다.


내가 기억하는 ‘국민학교’와 교실도, 복도도, 창문도, 운동장도, 놀이터도 모두 닮아 있는 우리 성북초등학교는 아직까지 경쟁적인 공부의 열풍이 불지 않아 좋다. 물론 돼지 엄마가 슬슬 압박을 가해오고 있지만, 아직은 그럴 때가 아니라며 심술만 여사는 버티고 있는 중이다. 여사님이 방과 후 생명과학 수업에서 가죽 팔찌를 만들어오면 돼지 엄마는 “이 가죽은 소에서 직접 벗긴 거야? 생.명.과.학.”이라며 티격태격해대지만, 당분간만은 그 티격태격을 즐겁게 지속했으면 하는 것이 심술만 여사, 돼지 엄마, 심지어의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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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이 분다, 그것도 코 시리게


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사랑스런 성북초등학교 운동장이 현재 성북동 ‘관광객과 거주민’을 위한 대형 주차장 건립 대상이라는 것이 그저 삐딱 가족에는 비극적이다. 역사문화지구 지정과 연계 수립된 구정에서 성북동은 북촌‧삼청동‧인사동과 이어져 우수한 세계적 명소로 발현되어야 하고 이를 통해 역사문화도시 서울의 위상을 높이는데 기여해야 한다. 게다가 주민들을 위해서 필요하단다. 그래서 성북초등학교의 운동장은 지구단위계획과 주민수요에 따라 관광의 인프라 ‘주차장’으로 새로이 거듭나야 할지도 모르겠다. 성북동의 보도블록과 아스팔트가 뒤집어지고 있는 것처럼. 


‘유네스코아동친화도시’라는 ‘성북구’ 그중에서도 고즈넉한 동네 모습을 간직한 성북동에 대형 지하주차장이라니, 도저히 그 모습이 상상이 가지 않을뿐더러 선뜻 동의할 수도 없었다. ‘근데 그렇게 관광객들이 많이 오면 지역에 좋은 건가’라는 원론적인 문제부터 ‘슬로우시티’, ‘걸어서 고즈넉이 여행하기’, ‘휴식’, ‘낭만’ 등이 여행과 관광의 콘셉트가 되어가는 요즈음, 중장기적으로는 ‘대형’ 주차장이 지역 경제발전에 그렇게 도움이 될 리도 만무하고, 젠트리피케이션이 5~3년 주기로 오는 우리나라에서 그런 대형 주차장을 생각하다니 어이가 없었다. 그보다 더 특색 있고 요즈음 정서에도 맞고, 무엇보다 우리의 정서적 가치를 주거지역이나 삶의 공간에 추구해주는 정책을 고민하는 게 좋지 않은가. 지역이 품고 있거나 품을 수 있는 가치는 무엇이고, 어떻게 지속되어야 하는 건가.


*관련기사 :  “서울시의회 이윤희 의원, 성북동 주차문제 해결위해 성북초 지하주차장 건립 절실” (2016.12.22. 일요신문)

*지구단위계획이란?

☞ 도시기능과 미관을 증진시키고 쾌적한 도시환경을 확보하기 위하여 모든 지역에 획일적으로 적용되는 기준보다 지역의 특성에 맞는 기준에 맞춰 체계적인 공간계획을 세우는 것(출처 :「성북동 역사문화 종합계획」(2014.2, 성북구 문화체육과, 3페이지))



작은 동네 예술에서 뜨뜻하게 공상해보기


‘성북동 산다고 하면 여러 면에서 부자인 줄 알아 좋다’는 심지어는 사실 우리 동네에 찌글찌글하고 고만고만한, 모두 다 하는 행사보다 더 볼만하거나 할 만한 게 없지 않냐고 세상 시니컬이다. 성북동의 문화예술 공간 중에서는, 말로는 많이 들었지만 개방되어 있지 않은 성락원(조선 고종의 아들 의친왕이 살던 별궁의 정원), 심씨라서 심우장(만해 한용운의 유택) 등이 좋고 가보고 싶은 곳이라고 말하는 ‘만사에 심드렁’ 심지어는 성북동이 역사문화지구라면 서울성곽에도 한번쯤 타고 올라보고, 아이들끼리 ‘○○대첩’ 흉내 내며 돌 던지며 싸우기 놀이라도 해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한다. ‘위험천만한 자연 그대로의 놀이터’가 아이들에게나 어른들에게나 최고의 문화공간이란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그럴만한 공간이나 프로그램도 꽤 있는 게 아닌가, 돼지 엄마가 잠시 생각해본다. 과학을 좋아하는 심술만 여사를 위해 참여했던 ‘북악산의 풀씨들’ . 과학과 예술을 융합했다고 해서, 정책적 호기심으로도 참여했는데, 이소요 작가도, 프로그램의 환경과 디자인도, 작가의 예술을 동작형(과정)으로 경험해볼 수 있었던 것도 ‘그뤠잇’이었다고 편파적으로 생각했다. 과장일지는 몰라도 과학이 소위 하이테크놀로지 사이언스가 아니라 생활과학일 수 있고, 탐구의 시작에서 예술과 닮아 있을 수 있다는 시각이 돋보였고, 무엇보다 ‘성북동 예술’이라면 이쯤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작은 동네 예술에서 지구적 보편성까지 담지 할 수 있는 거 아니냐, 혼자만 공상에 가까운 기획의 잔머리를 굴려보게 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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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순간마다 행복하고 싶어, 욕심이야?


성북동에 사는 것이 좋은 이유로 심술만 여사는 ‘한적함’, ‘초록이들(나무)가 많음’을 꼽는다. 가기 싫거나 없어졌으면 하는 곳이 ‘술집’이라니 여사님의 금욕적 문화지향이 내심 걱정되기는 하지만, 심술만 여사의 술집처럼 돼지 엄마에게도 우리 동네에 없었으면 하는 문화 활동이나 공간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심지어마저도 쾌적하고 한가롭게 누려보고 싶은 게 있으니, 여기에 예술을 얹어서 동네 예술을 마저 탐구해보고 누려보면 어떨까. 성북동만의 ‘맛’에 문화 행정-지역 예술가-동네 주민이 함께 어우러지는 그림. 아마 학교 스케이트장을 지켜주고, 초록이들을 남겨주고, 그토록 원하는 ‘위험천만한’ 놀이터와 ‘아무거나 볼 수 있는’ 서점을 만들어주고, 맘껏 새롭게 ‘만들 수’ 있는 장을 찾고, 모두가 누리고, 더 나아가 조성해보게 되면 덜 삐딱해질까. 아마 인생의 화두 아니 숙제가 될 듯하다. 왜냐면 내가 살고 있고 가족이 살고 있고 무엇보다 좀 더 행복해지고 싶으니까. 매 순간마다 처절하게. 아주 소심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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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는 서울연구원 ‘2017 작은연구 좋은서울 지원사업’ 연구모임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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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동 아스팔트

깨물어주고 싶은 아이와 사랑해마지 않는 남편과 7년째 성북동에 거주하고 있다. 문화예술계에 20대에 등문하여 꾸역꾸역 살아가고 있다. 날마다 다른 삶을 꿈꾸지만 사는 건 마냥 똑같다. 주변에 폐 끼치지 않고 어엿하게 살아가길 바랄 뿐이다. 우주마가린 항해를 통해 즐겁게 사유하고 글 쓰며 행복한 50대를 맞길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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