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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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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호
{공동기획}
“미래에 대한 쓸데 없는 걱정들”

우주마가린  date. 2019.04.29

두번째 공동기획을 위한 방담


20세기에 태어나 21세기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매우 빠른 문화·사회·경제·과학·기술의 변화를 겪고 있다. 빠른 변화의 물결 속에서 최근 눈길을 끈 것은 인간의 수명이었다. 100세 시대가 왔다고 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몇 해 전 과학 저널 [네이처]에는 인간 수명이 최고 142세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실렸다. 142세까지는 아니더라도 100세 혹은 80세를 생각한다고 해도 지금까지 살아온 날만큼의 인생이 남았다는 것인데. 인간의 수명은 점차 길어지고 있지만, 우리의 사회적 수명, 삶의 수명은 어떠한가? 60세가 되면 사회적으로 초고령의 나이가 되지만, 그때까지의 사회적 경제적 삶의 방식은 크게 유효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를테면 직장 또는 선택한 일들은 바로 지금이기에 유효한 경우가 많다. 미래의 삶,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해 어떤 이들은 이른 나이에 귀농, 귀어하거나 다니던 직장을 과감히 버리고(?) 새로운 것을 찾아 떠나기도 한다. 이들을 우리는 ‘용자’(용기 있는 자)라 부르기도 한다. 그렇다면 모두가 ‘용자’가 되어야 할까? 하지만 지금의 자리, 지금의 상태를 흐트러트린다는 것은 쉽지 않다. [우주마가린] 원재료들의 지금의 삶과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대한 각자의 걱정과 생각을 나누었다.


일시 _ 2019년 3월 19일(화) 오후 8시
장소 _ 세운파트너라운지
참석자(등장 순서대로) _ 참치나무, 성북동아스팔트, 빨간씨, 중경삼림, 놀이기계, 꼬로꼬로라이더, 잉여인간, 합정동 오키
녹취 _ 합정동 오키 • 정리 _ 참치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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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치나무 : 30대 중반부터 이 일을 언제까지 얼마큼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다. 주변에 나와 비슷한 연배인데 직업을 바꾼 사람들, 한때 유행처럼 귀농·귀어 성공사례와 경험담을 보면서 ‘되게 용기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생각해보니, 우리 세대가 두 세기를 거치면서 빠른 변화를 겪고 있는 것 같다. 우리 부모인 베이비부머 세대는 이미 노년을 사는 숙제가 있다. 그다음 세대인 우리는 ‘어디 서 있고 어디로 가는지’ 같이 얘기해보고 싶었다. 각자 다른 고민이 있을 것 같다.


성북동아스팔트 : 처음에 ‘미래 삶에 걱정이 뭐냐’ 듣자마자 생각난 것이, 딸. 그리고 노년에 뭐 먹고 사나, 이 두 가지다. 기분이 되게 안 좋을 때는 복권에 당첨되는 상상을 많이 한다. 그 생각하면 기분이 좋아졌는데, 어느 순간부터 복권 1등이 되어도 집 한 채를 못산다. 이렇게 허황된 꿈에 기대어도 뭔가 드라마틱하게 변하는 게 없다는 생각이 들면서 이제는 정말 어려운 것 같다. 지금은 계산하는 게 내가 몇 살까지 회사에 다니면 아이 등록금을 언제까지 낼 수 있나 하는 것이다. 내 동년배 중에서 돈 나올 구석이 있는 사람은 부동산 투자나 투잡을 하는 친구도 있다. 회사 다니면서 아이스크림 체인점을 한다. 대단하지 않나? 나이가 들수록 모든 것이 현실로 다가오면서 막막해진다. 경제적인 라이프라면 그렇다. 어쨌든 예술계 근방에서 살고 있으니. 좋게 말하면 특별한 친구들, 나쁘게 말하면 또라이들이 많다. 우리 말고 다른 사람들도 문화적인, 대안적인, 생태적인 삶을 산다. 다르게 사는 것이, 이제는 옛날처럼 특별하게 어떤 길을 걸어서, 문화적인 고민을 하면서 철학적으로 다가가지 않아도 누구나 쉽게 접근한다. 두 가지 생각을 하면서, ‘아, 미래를 생각할 때 특별해지고 싶구나, 아니면 보험처럼 안심되게 보장받고 싶구나’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빨간씨 : 나는 걱정을 안 하고 산다. (웃음) 걱정을 한다고 나아지지 않는다는 것을 이미 안다. 다만 우리 아이가 커서 노인 문제를 더 많이 겪을 것이 걱정된다. 나는 시어머니 병환을 겪으면서 우리 사회에서 노인 문제가 클 것이고 내가 챙겨야 할 노인의 수가 많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예를 들면, 우리 아이는 애 아빠 삼남매 사이에서 유일한 2세이다. (아이를) 이 악의 무리와 떼어놔야 한다고 생각한다. (웃음) 그러면서 “너는 절대 엄마아빠, 또는 엄마 제사는 신경 쓰지 마라”고, 각자 알아서 잘 살자고 한다. 나의 미션은 그거 하나 해결해주는 것 같다.
돈 욕심도, 오래 살고 싶은 생각도 별로 없다. 그냥 내가 어떻게 잘 죽을 것인가,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생각은 한다. 요즘은 논문이라는 지독한 숙제가 있어서 이게 끝나야 내 삶이 행복해지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고 나면 새로운 걱정이 생기겠지만. 어떻게든 먹고살 것 같다는 막연한 생각을 한다.


성북동아스팔트 : 거리나 간극이 너무 멀어지더라도 미래를 생각하는 게 그리 낭만적이지 않다. 아직도 매 순간 결정하는 일이 생기는데, 그런데 어차피 소시민이니까 알아주지 않으니 ‘인정의 삶’이 안되는 것이다. 우리는 이런 작은 커뮤니티가 있으니까. 이런 커뮤니티도 없다면 그냥 가늘고 길게 사는 게, 보통의 평범한 수준으로 그렇게 살면 되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든다. 키워드로 ‘성장’을 얘기했는데, 이런 형국에서 성장이라는 것을 이야기할 수 있는가, 어느 단계에 도달해야 성장했다고 이야기할 수 있나, 성장의 기준은 누가 갖고 평가하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다 보니 지금의 일도 잘 모르겠다. 그냥 사는 거니까. 그 수준에서 여러 가지 의미부여를 할 수 있겠지만. 우리 부모 세대와는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조금 다른 거라면 그땐 죽어라고 고생하면서 돈을 벌었는데, 내 토대에선 죽어라고 일해도 달라지지 않는 것 아닌지 회의적인 생각이 든다. 그래서 아마 이 화두가 뫼비우스 띠처럼 시작하면 계속 똑같은 결론에 다다른다. 술 먹으며 시작해서 술 깨면 돌아오고. (웃음)


참치나무 : 물론 경제적인 문제는 현실이지만, 저는 뭐 하고 놀면서 늙을 것인가도 걱정이다. 의외로 온라인 쇼핑으로 많은 시간을 보내더라. 소비생활이 나에게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돈의 크기보다는 시간을 많이 쓴다. 시간을 쓰는 방식에 대한 고민도 컸다. 예를 들어 베이비부머 세대는 노년이 되면서 뭘 배우라고 한다. 밖으로 나와서 뭘 배우면서 끌어주려는 사회적 노력이 있는데, 우리 세대는 안 그럴 수도 있는 것 같다. 경험도 과정도 다른 것 같다. 남편이 밭을 가꾸는데, 지난여름에 채소 수확을 많이 해왔다. 그런데 시장에 나가서 팔면 3만원어치는 될까? 얼마 되지 않는 돈이다. 그런데 그는 여름 내내 물 주느라 너무 애썼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나의 시간을 어떤 방식으로 채울 것인가에 대한 좋은 방법이 아닐까, 자기 지식을 쌓고 경험을 활용할 수도 있으니 소중할 수 있겠다 싶었다.


빨간씨 : 공기정화 식물이라고 해서 며칠 전에 화분을 샀다. “화분을 잘 못 키우는데 어떻게 키우지? 죽으면 어떡하지?” 그랬더니, 아이가 “엄마, 나는 안 죽이고 잘 살렸네?” 그러더라. (웃음) 이번에 이사를 하다 보니, 어떻게 돈을 벌고 돈을 날리는질 너무 모르고 살았던 것 같더라. 분양사기도 있고, 전세금을 못 받을 수도 있다. 다양한 스펙트럼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을 이번에 처음 알았다. 내 삶을 유지하는 방법은 알아야 하는데 일반적인 지식은 부족하다. 잘못하면 눈 뜨고 코 베이거나 할 수 있겠더라. 평범한 고민이긴 한데 이제 그런 고민을 한다. 이제 어른이 되나? (웃음)


중경삼림 : 베이비부머 세대와 우리가 다른 것은 그들은 텃밭을 경제적 가치면 경제적 가치만 생각하고 일한다. 노동으로. 그런데 우리는 취미처럼 한다. 그래서 경제적 가치로 3만원이 나오는 게 당연한 거다. 기본 태도가 다르다. 우리는 경제, 취미, 정서적 가치를 뭉뚱그린다. 우리는 다양한 가치를 하나에 집어넣는다면 그들은 한 개에 한 개의 가치만 집어넣는다. 인풋과 아웃풋을 거의 등가로만 한다. 우리는 채소로 돈 벌려는 게 아닌데 왜 이렇게 답답하게 일을 하나 생각하지만, 이번 김장 80포기는 여기서 끝나야 해, 이런 식이다. 돈 벌려는 것이 아니라고 말하면서도, 경제면 경제, 애 입에 들어갈 음식이면 음식, 명쾌한 등식이 나온다. 그리고 훨씬 많은 에너지를 사용해왔다. 요즘은 그렇게 일해도 집을 못 사는 게 현실이라고 해도, 그들은 여행, 레저, 다른 어떤 것을 다 포기하고 집을 추구했다. 나는 달리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르신들은 스타트업이나 청년들을 볼 때, 어떤 가치로 무슨 사업을 하는지 아무리 설명해도 모른다. 청년들이 자기처럼 9 to 6로 일을 따박따박 성실하게 하느냐가 인정하는 척도다. 당연히 세상이 달라졌으니 내용을 이해하는 것은 저 너머의 일이다. 그러나 시간으로는 인정해주는 순간들이 생긴다. 그러한 단순한 계산식이 가끔은 되게 답답하지만 가끔은 매우 명쾌하다. 우리가 비겁하게 여러 미사여구를 자신을 설득하기 위해도 사용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


성북동아스팔트 : 얼마 전에 생활 좌파들 이야기 쓴 글을 봤다. 어떤 할아버지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는데, 그 할아버지는 좌파라긴 그렇고 정치적으로는 보수라고 볼 수도 있는데. 인생 자체가 드라마틱한 거다. 집이 너무 가난했는데, 책 읽는 걸 좋아해서, 영어를 잘하고 싶어서, 열심히 일해서 다른 나라를 갔다가, 지금은 프랑스 정착해서, 국제기구에서 일하다가, 요즘은 호메로스를 읽고 있다더라. 자신은 너무 행복하고 풍족한 노년을 보내는 것은 아니지만 정치적인 지원과 지지도 하고, 하루에 30페이지 책을 읽으며 자족적인 삶을 사는 분이었다. 그분의 이야기를 보며 현재 수준에서는 이 정도가 내 개인의 노력으로 이룰 수 있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중경삼림 : 나는 요즘 로드맵의 허황됨을 느낀다. 청사진이 필요하기도 하지만 그걸로 가게 하나의 맥락을 읽을 수 없을 때도 있다. 청년이 들어오면 뭔가 시너지가 날 것으로 생각하지만 순진한 발상이다. 1년 겪으면서, 젊은 개발자와 늙은 개발자를 연결하지 않겠다고 생각한다. 왜? 서로 언어가 다르다. 이분들은 원리로 깨쳐서, 성글고 엉성한 형태로 만드는데 구현은 된다. 재고품을 활용해 만들 수도 있으니 단가도 낮을 수 있다. 젊은이들은 쉽게 구현할 수 있는 뭔가가 있다. 하지만 단가를 낮출 수 없다. 완성도는 더 높겠지만, 뭐가 더 좋으냐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실질적인 고민에서는, 젊은 개발자는 돈이 필요하고 늙은 개발자는 디자이너나 마케터가 필요하다. 오히려 다른 일을 하는 사람들이 필요하다. 우리가 이해도가 낮았다. 남의 이야기를 듣고 바꿀 용의가 있느냐는 나이의 문제이기도 하고 기본적인 태도의 문제이기도 하다. 감각적으로 느끼는 바이기도 하다.
우리 부모와 내 친구 부모의 생활비 수준이 차이가 크다. 우리 부모는 시장에서 사야 할 채소를 이웃들이 준다. 교사 퇴직한 내 친구 부모는 다 사드신다. 병원비는 제외하더라도, 경제적 가치라는 것은 단순화 비교가 어렵지 않나?


놀이기계 : 아주 구체적인 수준으로 월 생활비가 나오니까... 늙어서 뭐 먹고 살지 걱정이다.


참치나무 : 1년에 한 번씩 국민연금 예상 수령액이 오면 우울해진다.


빨간씨 : 보험이 미래에 대한 걱정을 심어주는 거다.


성북동아스팔트 : 돈 놓고 돈 먹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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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기계 : 아내가 걱정이 많다. 나는 걱정해서 걱정 안 없어진다고 말한다. 나중에 우리가 박스 주우러 다니지 말라는 법이 있냐고 한다. 어디 가서 밥 사 먹고 뭐 하는 것도 “우리 이렇게 막 써도 되나” 한다. (웃음) 얼마 전 방송에서 배우 김수미가 탁재훈, 이상민에게 “너희 언제까지 방송에서 불러줄 거 같냐, 지금부터라도 연기해라, 연기는 80살까지 할 수 있다”고 충고하더라. 비슷한 느낌이 든다. 저만해도 운이 좋아서 여기저기 불려 다니고 일하는데, 한 십년쯤 지나면 그럴 것 같지 않은 느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로 걱정은 안 된다.
박주민 의원은 국회의원이 되면 다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다고 하고. 그렇다면 뭐 할 수 있는 사람은 도대체 누구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사실 조직을 그만두고 나서는 당파적인 일을 하거나 운동이나 활동을 할 수 있어야 하고 범위를 넓혀가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만명 되는 블랙리스트에도 못 들었다고 놀림받았다. (웃음) 그런 초조감은 좀 든다. 계속 흘러가는 대로, 여기저기 요청하는 대로 맞춰 살다 보면 내가 몸담았었고 친연성 있다고 생각했던 사람들과 점점 물리적, 심리적으로 거리감이 쌓일 것 같은 불안감이 있다. 물론 단체 활동가였다가 재단에 들어가면서, 되게 이를 악물고 들어갔다. 나는 이제부터 제도의 개가 되어서… (웃음) 나중에 혼자 되게 웃었다. 편협하게 살았구나 하는 생각했다. 어쨌든 제도 안에 있는 사람들이 답답해 보였으니까. 들어가서는 다른 점도 많이 보고 스스로 폭이 넓어졌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불안감은 여전히 있다. 현장에서 계속 멀어지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노동당, 녹색당 이중 당적을 갖고 있는데. 돈만 내고 다른 활동은 못 하니까. 그런 초조감들이 덜 녹여지는 것 같다.


꼬로꼬로라이더 : 나는 진짜 오늘만 산다. (웃음) 오면서 생각해봤는데, 너무 무서워서 안쳐다 보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데뷔한 2011년부터 지금까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미래가 현재보다 나아질 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생각이 점점 커진다. 어제 들어온 일을 오늘하고, 진짜 오늘만 살다 보니 나한테는 무섭고 어려운 질문이었던 것 같다. 어쨌든 창작하는 일로 밥을 벌어 먹고살아야 하는데, 그러니까 창작할 수 있는 일의 범위를 점점 넓히면서 살아왔다. 영화, 영상, 사진, 글쓰기… 그러면서 현재를 쌓아가고 있는데, 그 창작하는 일이 제일 감가상각이 없다. 뭐랄까, 하루하루 나이를 먹으면 내 가치가 점점 떨어지는 것이 느껴진다. 올라가면서 권위가 생기는 직업이 있는가 하면, 우리 같은 직업은 나이가 들고 시간이 지나면 오히려 권위가 사라지는. 예술이 우리에게 좋은 영향을 미쳤으면 좋겠는데, 오히려 나쁜 것은 아닌가, 빨리 그만둬야 조금이라도 준비할 수 있지 않을까, 나한테 하루하루 악영향만 미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좀 심란하더라.


놀이기계 : 그런데 글을 쓰는 것은 노후대책으로 좋은 것 아닌가? (웃음) 며칠 전에 연극을 보러 가서 관객과의 대화를 듣는데, 4~5년 전과 비교해봐도 질문이 너무 주변적이어서 깜짝 놀랐다. 뭐지? 그 진지했던 관객들은 다 어디 가고 저런 질문만 하나 싶었다. 관객들에게도 놀랐지만, 배우들에게도 놀랐다. 예전에는 배우들이 매우 지적이고 의미 부여를 하는 사람들이었는데, “일이니까요. 해야 되는 일이니까 하는 거예요.” 단답형으로 대답하고 말더라. 그런 것들이 많이 달라진 것 같다. 


잉여인간 : 다들 미래에 대한 ‘쓸 데 있는’ 걱정을 하시는 것 같다. 걱정은, 미래를 알 수 없어서, 알고 싶고, 기대하고, 예견하고 싶은 쓸데없는 욕망이 아닌가 싶다. 제 가장 큰 걱정은, 지금 하는 일이 나의 삶에 유의미하지도 않고 그 어떤 영향도 미치지 않을 것을 확인하게 될까 봐 이다. 4차 산업혁명은 도리어 기대가 된다. 인간이 아닌 포스트 휴먼으로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있다. 사이보그가 되고 싶다. (웃음) 쓸 데 있는 걱정을 한 것은, 얼마 전에 영화 <리틀 포레스트>를 봤는데 그것처럼 살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가장 큰 걱정은 이 이율배반적인 삶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까이다. 제도권과 거리를 두려고 하고 경제적으로도 자유로워지고 싶어 하지만 그것에 대해 끊임없이 갈구한다는 것이 그렇다. 


중경삼림 : 걱정은 나도 많은 편인데, 걱정해봐야 별 소용 없다는 것은 나이 먹으면서 많이 알게 되었다. 걱정은 으레 관성처럼 하는 거다. 요즘 들어 책임지고 의사 결정해야 하는 일이 많아져서 자주 “그렇지. 세상이 내 뜻대로 안 되는 게 섭리다. 그게 자연스러운 거다.” 그런 말을 되뇌면서 오늘만 살려는 태도를 스스로 견지하려고 애를 쓴다. 그나마 어릴 때부터 안정을 지향하지는 않았는데, 결과적으로 되게 안정적이었다. 거기에 전환의 시점을 가지려고 긴 여행을 했는데, 거기서 가장 큰 깨달음이나 인상은 “다 비슷하다”이다. 풍습은 달라도. 인간은 다 가까이 오면 귀찮고 혼자 있으면 어떻게든 연결되고 싶고. 감정이든 생각이든 차이는 있지만 제일 큰 것은 그것이다. 그래서 또다시 대단히 안정적인 선택들을 계속한다. “오늘의 생활이 나의 미래에 유의미할 것인가”라고 하면, “오늘 쓰레기를 주워도 미래에 유의미하다”는 것이 나이 들며 깨달은 것이다. 여기에서 일하는 이 순간이 나에게, 동료에게, 관객이든 방문자든 누가 되었건, 사기를 치지 않는 선에서 열심히 그 순간에 최선을 다하고 그 태도가 내가 생각하는 수준의 상식이 되면, 뭐라도 의미가 생길 거라는 것을 믿는 편이다.


놀이기계 : (포스트 휴먼은) 저희 사는 동안은 정말 부자들만 될 수 있다.


성북동아스팔트 : 지하철에는 시험약 테스트하실 분 찾는 광고도 나오잖나.


놀이기계 : 그것은 가능하겠다. (웃음) 조이한 선생이나 번역가 김경원 선생을 보면 되게 지적이고 그런데 경제적으로 어렵게 사신다. 그 연세까지 항상 가난에 대해 고민해야 하고 그런 것을 보면 막연한 고민이긴 하다. 나는 그분들처럼 그렇게 열심히 공부하면서 살진 않았는데 한편으로는 안타깝기도 하다. 


잉여인간 : 농부의 시간을 공부해보고 싶다.


꼬로꼬로라이더 : 그런데 아직도 예술이나 순수학문을 하면서 이것을 돈을 버는 밥벌이의 수단으로 생각하면, “예술가가 뭘 그렇게 생각해?” 하는 시선이 여전히 많다. 내가 돈을 많이 떼이는데, 미술 쪽에 표준계약서가 생긴 지 얼마 안 된다. 계약서 먼저 쓰자고 하면, “쓸 거예요, 쓸 거예요” 하면서 “왜 자꾸 돈 얘기해” 그러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그분들이 사기꾼이라고 할 만한 분들도 아니다.


놀이기계 : 페이스북에 써보면 일부라도 받을 수 있을 거다. 물론 업계에서 매장될 수도 있지만.


성북동아스팔트 : 그런 얘기 하려면 의논해야 할 사람이 있다고 해라.


빨간씨 : 우리 패밀리가 있다고 해라. 어떤 작가들은 그런 세부적인 일정은 저희 매니저랑 얘기하라고 하더라.


합정동오키 : 나는 걱정이 진짜 많다. 그래서 꼬로꼬로라이더님 같이 현재에 충실한 태도가 좋다.
어떤 사람에게나 변화의 순간들이 있잖나. 나도 그런 시점이 몇 가지 있다. 공공기관을 그만두고 나왔을 때, 처음에 손으로 하는 일, 생산을 하고 싶었다. 그전에 했던 행정 서비스, 기획같이 안 보이는 것 말고 눈에 보이는 뭔가를 생산하고 싶었다. 그런데 생산을 해보니까 단가가 너무 안 맞더라. 생강 1kg을 깠더니 500g이 되었다. 내가 정말 잘할 수 있는 일이 사실 무형의 행정과 기획 서비스이고, 그게 제일 단가가 맞았다. 그걸 깨닫는 순간 사고방식이 좀 달라진 것 같다. 하지만 이것으로 앞으로 몇 년을 더 먹고살 수 있을까는 의심스럽다. 노련함보다는 반짝반짝함을 요구하는 이 분야에서. 그래서 반짝반짝함을 유지하는 것이 성장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계속 반짝반짝해야 계속 새 친구도 사귀고 돈도 벌 수 있는 것 같다. 누리끼리하지 않고 반짝거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가 제일 겁난다. 색이 탁해지는 가장 자연스러운 이유는 시간이고 노화다. 그걸 늦추는 어떤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가 궁금하다. 노년을 준비해야 한다면 그걸 준비하고 싶다.


중경삼림 : 불안은 끊임없이 있지만, 아이나 반려자가 없어서 미래세대에 대한 걱정은 거의 하지 않는다. 내가 오늘 쓰레기를 덜 만드는 것은 지구에 대한 책임 있는 태도를 취하는 것뿐이다. 걱정, 불안, 염려, 의심 사이에서, 다만 전환에 대한 갈망은 있는 것 같다. 난 사실 ‘문화기획자’라고 스스로 타이틀을 못 걸겠다. 그 자리를 조금 더 위로 높여놓고 있다. 그냥 내 정체성을 문화기획자로 스스로 설명하는 데 모자람이 있다고 느낀다. 삶에 전환, <리틀 포레스트>던 귀농이든 사업이든 방랑자든, 전환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갈증은 있다. 그렇지만 지금 나는 생산적인 컨설팅-입바른 소리 하는 것들은 꺼져버려, 하는 것이 있다. 그것을 현실에서 일구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우리 모두 알잖나. 그렇기 때문에 현장을 선망하기도 하고. 실제적으로 그렇기에 현장을 제일 첫 자리에 그것을 써주는 것이 있으니까. 현장은 너무 다양하고, 실제로는 개떡같이 일할 수도 있고, 입바른 소리는 나 스스로에게도 남에게도 하고 있지만. 그 현장이라는 것에 어느 정도의 판타지도 있었던 것 같다. 크게 생각했던 내 삶의 전환은 잘 모르겠지만, 사부작사부작 손으로 해야 하나 하는 너무 뻔하디뻔한 생각을 해보기도 했다.


성북동아스팔트 : 내가 흙이란 친해진 계기는 아기 기저귀 갈면서다. 아기 기저귀 가는 것과 자장가 불러주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 그런데 기저귀 가는 게 익숙해지면서 더러운 것 만지는 것도 익숙해졌다.


빨간씨 : 얘기를 듣다 보니, 내가 걱정이 없었던 것은 아닌데, 걱정이라고 생각하지 않은 것 같다. 성격상 당면한 과제를 더 많이 생각했던 것 같다. 주어진 과제. 지금은 논문이 2~3년간 나를 잡고 있고, 지난한 숙제를 끝낸 상태이나 논문이 나를 버틸 수 있게 해준 것 같다. 논문이 끝나면 본격적인 걱정들이 생기지 않을까.


중경삼림 : 그런 식으로 크게 자기를 포섭하는 다른 무엇인가를 선택한 것 같다. 결혼, 직장, 논문이든. 나는 그런 것을 바라지만, 나의 역량을 넘어선 선택을 하지 않아서 안정감을 가졌던 것 같다. 빨간씨는 오히려 그런 것이 들어오게 꾸준히 선택했던 것이 아닐까.


빨간씨 : 그런 생각을 하면서, 걱정이 없는 것은 말이 안 되고, 반성은 그만하자고 한다. 또 하나는, 논문 때문에 지난한 삶을 살지만, 나도 뭔가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중에 한 실천이 [우주마가린]인 것은 틀림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걱정하기보다는 실천하려고 하는 것이니, 실천하지 않는 삶을 반성하지 걱정으로 갖고 가지 않는 것이 나의 장점인 것 같다.


참치나무 : 진부한 주제일 수도 있지만 이 얘기를 꺼낸 것은, 각자 삶을 고민하는 방식을 누구와 깊이 나눠본 경험이 별로 없었다. 여기 모인 우리도 각자 나름의 미래에 대한, 삶의 방식에 대한 고민이 다르고 이유도 달랐다. 그런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자리여서 더 의미가 있었다. 자기 배경과 삶에서 나온 이야기가 유의미했다는 생각이 든다. 미래를 생각하는 방식, 나와 다른 세대와의 관계에 대한 생각 등 많은 생각을 하는 계기가 된 것 같다. 혼자 생각하면 편협한 생각으로 가거나 반성만 있어서 성장의 밑거름이 되게 만들기가 쉽지 않은데, 여러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프레임 자체를 바꾸게 되었다.*


녹취 _ 합정동오키

정리 _ 참치나무



등장인물

참치나무.jpg  참치나무
 
_  김포평야를 누비며 가끔 예술계 언저리서 어슬렁거린다. 
성북동아스팔트.jpg  성북동아스팔트
 
_ 깨물어주고 싶은 아이와 사랑해마지 않는 남편과 7년째 성북동에 거주하고 있다. 문화예술계에 20대에 등문하여 꾸역꾸역 살아가고 있다. 날마다 다른 삶을 꿈꾸지만 사는 건 마냥 똑같다. 주변에 폐 끼치지 않고 어엿하게 살아가길 바랄 뿐이다. 우주마가린 항해를 통해 즐겁게 사유하고 글 쓰며 행복한 50대를 맞길 바라고 있다.
빨간씨.png   빨간씨
 
_ '문화예술공동체를 위한 감성정책연구소'를 운영. 그러나 박사논문 작성 핑계로 모든게 엉망진창이다. 빨간씨는 대학 시절 혁명을 꿈꾸며 사용했던 필명 주해(朱海)에서 파생된 닉네임. 무한경쟁을 부추기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함께’ 사는 것으로서 예술적 방법을 탐구하며, 돈보다 멋진 것을 추구하고 싶은 낭만적 인간이다.
중경삼림.jpg

중경삼림

_ 공허하고 공허하고 공허한 모순의 결정체, 사수자리. 기계적인 균형감이 장점이자 단점이다. 사막에 갖다 놔도 산다는 어느 스님의 사주풀이를 맹신하며 뭐라도 되겠지, 어떻게든 되겠지 생각하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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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놀이기계 

 _ 봄날의 고양이처럼 나른하게 살고 싶었으나, 어째선지 분주한 장돌뱅이가 되어 전국 유람중. 빼어난 재능들에 지레 기가 죽어 애저녁에 예술가의 길은 포기했지만, 주변을 얼쩡거리며 이런 저런 일들을 하고 산다. 왕성한 문화소비를 하며 사는 게 인생의 지극한 복락이라 생각하며, 여전히 만화를 읽는 시간이 가장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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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꼬로꼬로라이더

 _ 커트 보니것을 흠모해 담배를 배웠지만 잇몸 염증에 굴복해 금연했다. 예술은 믿지 않는데 어쩌다보니 예술하며 산다.


199f19b667f0813_15565237440573519630.png  잉여인간
  _ 타칭 잉여인간, 자칭 공주(공부하는 주부). 주로 하는 일은 혼자 ‘읽고 생각하고 말하고 쓰기’며, 혼자이기를 즐긴다. 고고미술사학은 학부전공으로 끝, 예술학, 미학은 아직도 공부만 하고 있고, 현재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호르몬 폭탄을 장착한 사춘기 아들과 수도권 도시 변두리에 살면서 잡독하며 잡글을 쓰고자 하지만, 잉여적 삶으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합정동오키.jpg  합정동 오키
 _ 1997년 축제 스태프로 예술계에 발을 디딘 후 20년째 두리번거리고 있다. 사람과 이야기에 관심이 많고, 그중에서도 제일 이해하고 싶은 대상은 자기 자신이다. 정성스럽게 일하고 재미지게 노는 새콤달콤한 삶을 궁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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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마가린

광활한 우주에서 미지의 세계를 만나듯 새로운 글쓰기를 시작합니다. 비싸고 만들기 까다로운 버터의 대체재가 되어준 마가린처럼 색다른 시선으로 공감되는 이야기들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