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nu

공동기획

HOME - 100g - 공동기획

16호
{공동기획}
불안과 걱정에서, 기대와 희망으로 ‘두근두근’

합정동오키  date. 2019.05.29

미래에 대한 쓸데없는 걱정② 걱정의 적정기술



지난 방담에서 우주마가린의 원재료들은 ‘미래에 대한 쓸데없는 걱정’을 나누었다. 하지만 그게 정말 쓸데없는 것일까? 미래에 대해 확신에 가득 찬 사람은 드물고, 누구나 알 수 없는 미래의 위기와 사고에 대비하고자 노력하고 있을 것이다. 보험에 가입하거나 저축을 하기도 하고, 인생 2막을 준비하기 위해 시간이든 돈이든, 뭔가를 투자하기도 한다. 특히나 일도, 보상도 불안정하지만, 어느 분야보다 빼어난 감각과 전방위적 능력을 요구(?)하는 문화예술계에서 일하고 있는 우리들이라면 이런 걱정이 어느 정도 타당하지 않을까? 


스스로 ‘걱정 대마왕’임을 자처하는 나는 매일이 불안하다. 미처 챙기지 못한 준비물이 있을까, 약속 시간을 잘못 기억했을까, 예상하지 못했던 사고가 생길까 불안하다. 걱정이 지나치다 못해 나이 들어 더 이상 반짝거리지 않을까 두렵다... 방담에서 이런 말을 내뱉은 후 처음으로 편집회의를 했던 그 밤, ‘봄밤의 벚꽃길 산책’을 겸하여 회의하자고 했던 내 말이 무색했던 그 밤, 꽃이 반쯤밖에 남아있지 않았던 벚나무를 원망하고 멤버들이 실망할까 걱정했던 그 밤... 원재료 동료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나친 걱정은 건강에 해로우니, 걱정의 적정기술을 고민해 보는 것이 어떠냐?’고 조언했다. 그리고 이번 기획의 연장선에서 그 고민을 글로 남겨보라고 했다. 고맙긴 한데, 어쩐지 낚인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


청춘홍안을 네 자랑 말어라 

덧없는 세월에 백발이 되누나

세월 가기는 흐르는 물과 같고

사람이 늙기는 바람결 같구나

- 경기민요 <청춘가> 중에서


불투명하고 예측불가능한 미래지만, 단 한 가지는 명백하다. 우리는 늙을 것이고, 결국 죽을 것이다. 이 명백함이 나에게는 제일 큰 불안이고 걱정이다. 처음 이런 걱정이 시작된 것은 서른다섯 무렵이었다.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이라는 영화 주인공처럼 나 역시 ‘운명의 장난’으로 돈도 없고 외로운 노후를 맞게 되지는 않을까 하는 상상을 했다. 그래서 oo생명에서 연금보험에 가입했다. 그즈음 이마 위쪽에만 살짝 보이던 새치가 정수리 쪽에도 나기 시작하더니, 이제 거의 대부분에 흰머리가 있다. 백발에 주름진 얼굴로 밖에 나가면 초라해 보일까 봐 수시로 저렴하게 염색을 하려고 홈쇼핑에서 10개 세트로 된 염색약을 구입하기에 이르렀다. 최근에는 노안이 온 탓에 침침하던 눈에 안경을 쓰면서 ‘새로운 세상’이 열렸지만, 더 이상 청춘이 아니라는 것을 진심으로 알아차리는 계기가 되면서 깊은 좌절감을 안겨줬다. 


몸의 노화는 이 밖에도 여러 가지 불편함을 가져왔다. 관절도 아프고 집중력도 떨어지고 체력도 예전만 못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오죽하면 노화는 장애의 일종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무엇보다 열정은 식어가면서도 마음은 몸의 노화 속도만큼 빠르게 성숙하지 못하는 것이 괴로웠다. 그러면서 얼마 나이 들지도 않았는데도 어느새 생동감은 사라지고 꼰대 같은 태도가 배어 나오기도 했다. 오래도록 이 분야에서 일하려면 새로움과 반짝임은 필수일 텐데 나이 들면서 마음의 색이 탁해지고 생각은 더 이상 반짝이지 않는 게 아닐까 두려웠다. 몸의 노화는 막을 수 없겠지만, 마음의 성숙이나 생각의 반짝임을 유지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을까. 느릿하게 오랫동안 일하고 싶은 나로서는 미래를, 노년을 준비해야 한다면 바로 이 부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문화예술계에서 일하고 있는 선배들에게 말을 걸기로 했다. 20여 년 넘게 이 분야에서 일하면서도 자기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늘 재밌게 일하는 사람들의 비결이 궁금했다. 여기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여럿 떠올랐는데, 일단 우주마가린 동료들은 제외하고(지난 방담 때 고민을 들었으니까), 나와 너무 나이 차가 많은 사람도 제외하고(혹시 상황이 많이 다를 수도 있으니까), 무엇보다 친절하게 대답해줄 만한 사람에게 조심스럽게 카톡을 날렸다.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뜬금없는 것 물어봐도 될까요? 우주마가린에 기사를 쓰려고 하는데요. 주제가... <나이 들어도 녹슬지 않는 방법>이에요. 그래서 주변 사람들에게 어렸을 때처럼 계속 반짝거리기 위해 무엇을(어떤 노력을) 하시는지 여쭤보고 있어요. oo님이 추천하는 방법이 있을까요? 왠지 늘 반짝거리는 분이라고 생각되어서... 꼭 물어보고 싶었어욤. ^^;; ”


image_447595161502869806828.jpg



오래도록 반짝이려면


‘호기심 천국’


모두 다섯 사람에게 말을 걸었다. 대답은 비슷하기도 하고, 조금 다르기도 했다. 그중 가장 공통적인 대답은 ‘호기심’이었다. ‘호기심이 멈추는 날, 세상이, 사람이 더 이상 궁금하지 않을 때가 내가 죽는 날’ 뭔가 경구(警句) 같기도 한 이 답 외에도, 궁금한 것이나 이상한 것을 못 참는 기질이 마음이 늙지 않게 도와주고 있는 것 같다는 이야기도 있었고, 세상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갖게 된 것이 자신의 반짝임이라고 말해준 분도 있었다. 같은 의미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름다운 것에 감탄하고자 노력하고 있고, 공감력과 감수성을 높이는 것이 방법이라고도 했다. 


‘치기 힘든 공은 치지 않고, 잡기 힘든 공은 잡지 않는다’


다른 한편으로는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의 이 유명한 문장과 비슷한 이야기를 해주신 분들이 있었다. 너무 열심히 살지 않는 것, 매번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하지 않는 것, 남에게 신세 지지 않고 피해 주지 않는 것. 어차피 노력해도 해결되지 않을 일에는 그러려니 하는 것, 너무 일에만 몰두하지 말고 놀 줄도 아는 것. 목표지향적으로 일에 집중하기보다는 이것저것 다양한 관심을 갖기도 하고 하면서 좀 ‘단단한 마음’이 되라는 말처럼 들렸다. 


‘나의 반짝임이 무엇일까?’


어차피 누구나 같은 모습으로 반짝일 수는 없으며, 오래오래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지 각자 다른 답을 찾기 마련이다. 그러니 내가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알아야 지속가능한 반짝임을 염원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결국 자기 자신을 냉정하게 꿰뚫어 봐야 할지도 모르겠다. 젊디젊었던 그때에도 그리 반짝이지는 않았을 수도 있고, 오히려 지금이 더 나아져 있을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그 밖에도 기억에 남는 말이 있다. “대부분 늙어서도 반짝거리는 사람들은 약간씩은 철이 없는 사람들 같아. 관련 없는 사람들은 멋있어 보이겠지만 옆에 있어야 하는 사람은 피곤하겠지. 주변 누군가에게는 피해를 주기도 하고.” 무작정 반짝이기만을 원하기보다 이제 주변을 돌아보기도 하고 스스로 반짝이기보다는 다른 이를 비춰줄 수도 있어야 한다는 뜻일 것 같다. 



“불안은 상수(常數)다!”


지난 주말, 부산 광안리 문화공간 ‘생각하는 바다’에서 진행된 북토크에서 호밀밭 출판사 장현정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왠지 공감되었다. 예측할 수 없기에 미래는 누구에게나 늘 불안한 일일 것이다. 나만 미래가 두려운 것은 아닐 거다. 앞서 나의 지인들이 해줬던 말도, 그것을 몰라서라기보다 걱정이 앞서니 막막하고 생각이 뒤죽박죽되었기 때문인 것 같다. 평범하지만 온화하게, 필요할 때 적절한 조언을 해줄 좋은 친구를 사귀어 두었으니 미래를 그렇게 두려워할 일만은 아닌 것 같다. 나의 세계를 직시하고, 다른 세계를 동경하며, 그저 단단한 마음으로 한 걸음 더 나갈 뿐이다. 그동안 내가 디딘 발걸음이 오늘의 나를 만들었듯, 내일의 나 역시 그럴 것이다. 



*도움주신 분들 : 달,  삼촌,  수나, 심지어, 오바니 (가나다 순)

 프로필이미지

합정동오키

1997년 축제 스태프로 예술계에 발을 디딘 후 20년째 두리번거리고 있다. 사람과 이야기에 관심이 많고, 그중에서도 제일 이해하고 싶은 대상은 자기 자신이다. 정성스럽게 일하고 재미지게 노는 새콤달콤한 삶을 궁리 중이다.

필자의 다른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