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nu

공동체와 예술

HOME - 500g - 공동체와 예술

3호
{공동체와 예술}
지속가능한 도시와 예술

최창희 _ 감성정책연구소장  date. 2018.11.07

뮌스터조각프로젝트 ②



오래 기다렸다. 뮌스터조각프로젝트 후속편을 기다려준 모든 독자들에게 심심한 양해 인사 올린다. 혹시 전혀 기다리지 않았다고 하여도 1월 게재 후 2달 만에 글을 재개하는 필자의 마음은 무겁다. 순전한 착각일지라도 기다림을 드린 독자에게 죄송한 마음이 한가득이지만 글을 이어서 나가는 것에서 약간의 흐름을 놓치기도 한 듯해서다. 사설이 길었다. 1977년부터 개최되기 시작한 뮌스터조각프로젝트를 한 번에 소개하기는 방대한 내용이기도 해서 두 번에 나누었으며 ①편에서는 2017년 프로젝트의 전반적인 소개와 더불어 기존 프로젝트의 소장 작품들과 새로 전시된 작품들과의 만남, 올드미디어와 뉴미디어의 교차된 관람방법 등에서 나타나는 ‘매혹적으로 늙은, 신나게 젊은(Enchantingly Old, Excitingly Young)’의 2017년 주제와 함께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에 대한 뮌스터조각프로젝트의 태도를 흥미로운 댓구로 해석하였다. 또한, 베스트팔렌조약이 체결된 뮌스터 도시의 역사적 사건을 동시대와 연결시키는 예술적 독해의 방법으로서 1987년 설치된 바움가르텐의 작품과 2017년의 피리치의 작품을 설명하였다. 


이러한 과거와 현재, 공간과 사람, 늙음과 젊음, 즉 시간과 공간 그리고 인간의 문제를 연결하여 다뤘던 2017년 뮌스터조각프로젝트의 ‘함께’라는 태도는 놀랍지만 개최 초기에서부터 발견할 수 있다. 도시 남쪽에 위치한 호수 아지 Aasee 주변에 설치된 1977년 프로젝트의 클래스 올덴버그(Claes Oldenburg)의 <Giant Pool Balls>나 도날드 저드의 <Untitled>, 일리야 카바코프(Ilya  Kabakov)의 <“Looking Up, Reading the Words..."> 등의 작품들을 떠올린다면 ‘함께’라는 화두에 이의가 생길 수 있다. 그렇다면 2달여를 기다려주신 독자들에게 더욱 소상히 이야기를 올린다. 


최창희_1.PNG


(왼쪽부터) Donald Judd, <Untitled>, 1977. Installation view 2017. Photo: Hubertus Huvermann ©뮌스터조각프로젝트 / Claes Oldenburg, <Giant Pool Balls>, 1977 / Ilya Kabakov, <“Looking Up, Reading the Words...">, 1977



뮌스터조각프로젝트의 개최 배경과 그 과정


뮌스터조각프로젝트의 개최배경에는 두 예술작품이 존재한다. 그리고 두 사건이 있다. 개최배경에 놓여있는 두 예술작품은 1970년에 기증받은 헨리 무어의 작품과 1973년의 구입과정에서 논란이 있었던 조지 리키의 작품이다. 그리고 두 사건은 뮌스터 도시가 겪은 역사적 사건이자 현재까지 이어지는 도시 정체성을 형성한다. 뮌스터는 1618년에 시작된 30년 전쟁이라 명명되는 종교전쟁에서 중립지대가 되어 강화회담(1645~1648년)이 열렸으며, 그 결과 1648년에 베스트팔렌조약을 체결을 이룬 도시이다. 전쟁의 종료를 만들어낸 도시의 자부심은 나치 정부에 대해서도 비판을 서슴지 않았다. 이로 인한 보복으로 제2차 세계대전 때 군사 요새가 되어 폭격을 당하게 되었고 도시의 8~90%가 파괴되었다. 이 역사적 사건이 뮌스터조각프로젝트와 무슨 연관이 있을까? 도시의 재건과정에 예술적 시도들이 존재하고 이 과정 속에 ‘함께’라는 방식이 주요한 동기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뮌스터 시민들은 독일 정부가 선사한 헨리 무어의 <Wirbel>(1968~1969) 작품이 기괴한 모양의 브론즈 덩어리라며 설치에 반발하였다. 당시 베스트팔렌 주립미술관의 관장이었던 클라우스 부스만(Klaus Bussmann)과 큐레이터였던 카스퍼 쾨니히(Kasper König)는 현대조각전을 기획하면서 긴 준비 기간을 가진다. 그리고 그 시작점이 조지 리키의 키네틱 작품인 <Drei rotierenden Quadrate>(회전하는 사각형) 작품의 설치이다. 조지 리키의 작품이 당시 13만 마르크에 구매하기로 하였는데, 시민들은 엄청난 금액의 작품이 도시에 설치되는 것에 강력하게 반발한다. 뮌스터는 중세 이미지의 대표적 이미지의 도시이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구시가지는 그 이전의 모습으로 재건되었으며, 이러한 도시 이미지와 기괴한 현대예술작품은 쉬이 어울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나치로 인하여 현대예술 자체에 대한 이해의 과정이 차단되었으니 그 반대는 대단하였다. 


이 과정에서 부스만은 상당히 오랜 시간 토론 등을 통해 시민들을 설득하고 결국 1977년 뮌스터조각프로젝트까지 끌어오게 된다. 70년과 73년의 작품설치과정에서 포기하거나 독단으로 추진하지 않고 끊임없이 현대예술과 공공예술의 의미 등을 알리면서 뮌스터 시민들의 동의를 구하여 77년의 전시를 개최했으니 어찌 ‘함께’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가. 나아가 그 설득의 과정에서 오만하지 않고 뮌스터조각프로젝트는 10년 주기로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뮌스터시는 카셀도큐멘트와 같이 5년 주기의 전시 개최를 제안하였지만 카스퍼 쾨니히는 ‘10년이라는 시간은 조각과 사회가 변화하는데 필요한 시간’이라며 단호히 거절하였다.



예술과 함께하는 지속가능한 거주의 방법


40여 년의 시간동안 5회의 역사를 지닌 뮌스터프로젝트는 놀라운 점은 몇 가지 더 있다. 우선 매해 시민과 함께 선정하는 퍼블릭콜렉션(Public Collection) 1) 인데, 이는 뮌스터조각프로젝트에 대한 살아있는 역사이면서 지속성을 지닌 전시의 개념으로서 현재 40점 이상 소장하고 있다. 지속적으로 도시에서 살아 숨 쉬는 예술이면서 끊임없이 도시에서 함께 거주하기를 질문하는 방식인 이 퍼블릭콜렉션은 변화하는 시간과 공간에 끊임없이 도시와 역사, 인간의 관계를 작품을 통해 재맥락화하고 있으며 우리는 언제고 살아있는 현장에서 그 과정을 새롭게 탐구하고 연구할 수 있다. 


계속적인 상찬을 늘어놓고 있음에도 끊임없이 부러운 것은 뮌스터조각프로젝트와 이 도시가 선택한 방법이다. 10년이라는 오랜 기다림이 가능하고 5회의 동일한 큐레이터가 전시를 기획하는 방법은 하나의 시스템에 불과한 것이 아니다. 이것은 전시 전체를 관통하는 구조이며, 도시 전체를 사유하는 철학이다. 10년마다 개최되는 뮌스터조각프로젝트와 퍼블릭콜렉션은 도시 전체를 예술로 함께 만들어가는 방식이다. 다소 낭만적이지만 현대예술에 대한 이해의 설득과정으로서 추상조각과 키네틱아트로 시작한 이 프로젝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시의 문화를 재건하고 아픈 역사를 치유하는 방법이었다. 2007년에 전시된 마타 로슬러(Martha Rosler)의 작품 <Unsettling the Fragments>와 질케 바그너(Silke Wagner)의 <Mnsters Geschichte von unten>은 바로 이 맥락을 정통하여 보여준다. 로슬러의 작품은 나치의 상징인 제국독수리(Reichsadler)에서 나치 문양(갈고리십자)을 삭제한 독수리를 도심 곳곳에 설치하였으며, 반나치 운동을 벌인 파울 불프(1921~1999)를 표현한 바그너의 작품은 현재의 반핵 등 정치적, 사회적 이슈를 담은 신문을 부착하여 그의 볼프의 정신을 현재화하였다. 이러한 두 작품은 과거 역사와 현재를 맥락화 할 뿐만 아니라 작품의 소장 결정에서도 시민들이 적극 개입하게 함으로써 그 의미는 더해진다. 


최창희_2.PNG


좌. Martha Rosler, <Unsettling the Fragments> (Eagle), 2007 / Installation view 2016. Photo: Hubertus Huvermann ©뮌스터조각프로젝트

우. Silke Wagner, <Münsters GESCHICHTE VON UNTEN> (Münster’s HISTORY FROM BELOW)>, 2007 / Installation view 2017. Photo: Hubertus Huvermann  ©뮌스터조각프로젝트


위 두 작품만이 아니다. 먼저 소개한 종교전쟁을 현재화한 바움가르텐과 피리치의 작품, 그 외 무수히 많은 작품들이 역사와 도시의 문제를 현재화하여 표현하고 있다. 10년에 한 번, 그래서 겨우 5회를 개최한 뮌스터조가프로젝트는 매우 긴 호흡으로 천천히 지속적으로 도시와 역사, 시간과 공간 그 속에서의 거주하는 인간의 문제를 사유하고 있다. 2017년 주제 아닌 주제인 ‘신체를 넘어서, 시간을 넘어서, 장소를 넘어서(Out of Body, Out of Time, Out of Place)’의 문제가 뮌스터조각프로젝트와 뮌스터 도시 전역에 공유되고 있다. 



후기.

2편으로 마치려 한 당초의 계획을 철회한다. 원고를 작성하며 다루려는 내용을 모두 소개하지 못하였다. 따라서 다음 호에 파괴와 지속, 이를 통한 함께 거주하기의 문제로서 제시되는 주요한 작품을 소개와 오늘의 한국에서 뮌스터조각프로젝트의 시사점을 언급하며 첫 번째 기획을 마무리하겠다.




1) 퍼블릭콜렉션은 뮌스터조각프로젝트 아카이브(Skulptur Project Archiv)에서 확인할 수 있다.  https://www.skulptur-projekte-archiv.de 

 프로필이미지

최창희 _ 감성정책연구소장

'문화예술공동체를 위한 감성정책연구소'를 운영. 그러나 박사논문 작성 핑계로 모든게 엉망진창이다. 빨간씨는 대학 시절 혁명을 꿈꾸며 사용했던 필명 주해(朱海)에서 파생된 닉네임. 무한경쟁을 부추기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함께’ 사는 것으로서 예술적 방법을 탐구하며, 돈보다 멋진 것을 추구하고 싶은 낭만적 인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