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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옛 그림과 동시대 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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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호
{즐거운 옛 그림과 동시대 미술}
동심에서 발견하는 초월적 웃음

박재은 _ 자유기고가  date. 2018.11.07

 권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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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강희안, 고사관수도 ( 高士觀水圖 ) , 세로 37.6cm, 가로 31.3cm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오른쪽) 권기수, 꽃방귀 , Acrylic on canvas, 100×100cm, 2005.

 


권기수는 ‘동구리’라는 캐릭터로 유명하다. 사실, 작가는 동구리를 캐릭터로 보지 않는다. 기존 평론이 캐릭터에 국한되어서 나오는 것도 작가의 창작 동기와는 다소 다른 방향으로 해석되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구리는 분명 처음 접했을 때, 캐릭터를 연상하게 했다. 더불어 여러 아트 상품에 적합하다고도 생각했다. 동구리는 미소보다 약간 큰 웃음을 지어보고 있다. 동구리는 왜 웃고 있는 걸까. 동시대 미술은 전통과 결합할 때 몇 가지 특징을 가지는데, 팝적인 요소와 결합하는 경향이 자주 목격된다는 것, 또 한 가지는 즐겁고, 희희낙락 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작가 손동현(1980년생)과 서은애(1970년생)의 경우처럼 인물표현에서 웃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동구리 역시 웃는 사람이다. 현대인은 사실 웃을 일이 많지 않다. 현대인의 웃음은 오락거리나 여가활동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전통적인 도상들과 웃음이 결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강희안의 <고사관수도>를 모티브로 한 권기수의 <Standing on the Stars>에서 동구리는 은일자(隱逸者) 대신 그 자리에서 웃고 있다. <고사관수도>에서 은일자 역시 물끄러미 자연을 관조하며 옅은 미소를 띠고 있다. 은일자는 세속을 초탈한 초월적인 해탈의 미소를 보여준다. <매화초옥-설중방우>에서는 눈 내리는 산속에 기거한 벗을 찾아가는 동구리의 모습이 정겹다. 동구리 곁에는 애완동물도 함께이다. 산속의 고립된 환경에서 옛 벗을 만난 동구리는 또 다른 동구리가 무척 반가운 듯 웃고 있다. 전통회화에서 발견되는 웃음은 대부분 익살이나, 세속을 초월한 탈속적인 은은한 미소이다. 반면에 현대미술에서 발견되는 인물들의 웃음은 현대인의 삶을 관통하는 오락적인 웃음인 경우가 많다. 어떤 부분에서 장난기마저 느껴지는 이러한 웃음들은 유아기적 감수성을 내포하고 있다. 권기수의 <꽃방귀>는 화조화를 전통적인 화면으로 옮기지 않고, 다분히 디자인적 요소를 띠는 형태로 표현하였다. 전통회화에서 화조화를 보면 동물들의 장난스러운 모습을 볼 수 있는데, 동구리의 꽃방귀는 유아적인 장난으로 웃음기 어린 반응을 이끌어낸다. 전통회화에서 자연의 이치를 깨달은 즐거움은 동시대 미술에서 조금 더 유아적인 웃음으로 환원된다. 그것은 신나는 유아기적 세계, 이를테면, 우리에게 친숙한 장난감이나, 캐릭터 등으로 표현된다. 동심(童心)에서 정심(正心)이 있다고나 할까? 전통회화에서 은일자는 왜 웃을 수 있는가? 그것은 세속을 단절한 데서 진정한 편안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지나친 세속의 간섭과 침범은 갈등과 번민을 유발한다. 은일자는 자신의 즐거움과 한가로움을 위해 애쓰지 않고 세상과 타협하지 않는 사람이다. 어떻게 보면 은일자는 자의식이 강하고, 아무나 은일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은일자는 오염되지 않은 세계를 꿈꾸고, 그 속에서 진정한 삶의 웃음과 낙을 발견한다. 순수한 세계, 무엇에도 오염되지 않은 어린아이와도 같은 마음에서 동시대 작가들은 초월적인 웃음을 발견하고 있다.




TMI - 친절한 링크

권기수 : 권기수의 미술작품 (출처 : 네이버  미술백과)

* 강희안 : 조선 전기의 문신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 은일자(隱逸者) : 세상이 어지럽고 정의가 지켜지지 않을 때, 물러나 세상을 등지고 숨어서 지조를 지키며 사는 인물을 가리키는 말 (출처: 다음백과사전)

* 손동현 : 먹으로 담은 초상-손동현(출처 : 네이버 캐스트 한국미술 산책)

* 서은애 : 군자의 화원(출처 : 네이버 미술백과 KIAF)

 프로필이미지

박재은 _ 자유기고가

대학과 대학원에서 미술경영을 전공하였다.
전시기획을 다루는 큐레이터에 호기심을 느끼고 진로를 정했지만, 역량 부족이다. 옛 그림을 좋아하고, 옛 그림과 현대미술의 연결고리를 찾는 것이 흥미롭다. 그림과 마음의 연관관계를 믿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