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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옛 그림과 동시대 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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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호
{즐거운 옛 그림과 동시대 미술}
행복하려는 욕망, 즐기려는 마음

박재은 _ 자유기고가  date. 2018.11.07

② 이화백



이화백의 그림에는 여성이 자주 등장한다. 잡지 화보를 연상시키는 날씬하고, 패셔너블한 도시의 여성이다. 때때로 핀업 걸처럼 함박웃음을 지어 보이며 자신 있게 자신을 부각하기도 하고, 시크한 모습이다. 이화백의 작업은 우리에게 익숙한 풍경을 보여준다. 잘 꾸며진 카페, 윤기 나게 닦인 자동차, 고급스럽게 꾸며진 거실 등등… 이러한 것들이 우리에게 눈에 익은 것은 이 모든 것들이 물질사회에서 선망하거나 욕망하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욕망은 종종 생기를 불어넣는 동기를 제공한다. 이화백의 그림은 더 잘 살고 싶고, 더욱 성장하고 싶은 현대사회의 인간의 욕망이 투영되었다. 평론가 윤진섭 1) 은 “그의 그림들이 지니고 있는 풍속화적 측면, 가령 신사동 가로수 길에 산재한 카페 안 풍경을 그린 그림들에 나타난 모습은 이 시대의 진정한 삶의 단면이 아니겠는가.” 2) 라고 말한다. 우리가 풍속화를 통해 그 시대의 의복, 소지품 등 문화사 전반을 유추할 수 있듯이 풍속화에서는 그 당시 사람들이 생활한 모든 양식들이 반영되어있다. 그러한 측면에서 이화백의 그림은 풍속화라고 볼 수 있다. 현대인의 일상의 단면들이 잘 꾸며진 화면으로 표현되었다. 현대사회는 자신의 정체성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기보다는 무언가 보통 이상으로 꾸민 자아를 확보해야만 사회의 구성원으로 인정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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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백, 「liberty」, 120×60cm, oil on canvas, 2015.



전통사회에서 옛사람들은 비우고, 덜어내는 것을 강조했다면, 현대인들은 무언가 더해진 삶에 치중한다. 청빈함과 검박함에서 삶의 즐거움을 체득하는 것이 전통사회의 가치였다면, 물질적인 소비의 쾌락으로부터 즐거움을 누리는 것이 현대사회의 특색이다. 물론 옛사람이라 해서 쾌락적인 즐거움을 누리지 않은 것은 아니다. 옛 그림 가운데 풍속화를 보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술과 고기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도 등장한다. 이러한 즐거움은 삶에 이벤트처럼 자주는 아니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자급자족하고 부족함은 있는 그대로 두는 생활을 하였다. 현대사회의 사람들은 현재 자신의 모습에 만족하지 않고, 무언가 오늘보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분투하거나, 여성들은 자신의 외모에 있는 그대로 만족하지 않고 끊임없이 아름다운 다른 대중의 아이콘과 자신을 비교한다. 대중은 만들어지고 꾸며진 이미지를 소비하고 광고와 소비사회는 또 다른 화사하고 반짝이는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팝아트가 본격적으로 소비사회의 유희와 생기를 포착했듯이 이화백의 화면은 리차드 해밀턴3)의 <무엇이 오늘날의 가정을 이토록 색다르고 매력적으로 만드는가?>를 떠올리게 한다. 고급스러운 가구와 액자로 채워진 거실은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한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장식적이고 화려한 실내 장식은 타인을 초대해 자신의 부유함을 과시하기 위한 수단이다. 이화백의 그림은 현대사회의 활기와 즐거움은 이러한 물질적인 겉치레에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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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협成夾, 풍속화, 세로 33.2cm, 가로 33.4cm,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동양의 마음과 그림》에서 킴바라세이고4)는 기욕(嗜欲)을 언급하면서, 기욕이 왕성한 것은 젊음을 뜻한다고 풀이하고 있다. 기욕은 좋아하고 즐기려는 욕심이며, 세이고는 기욕은 미숙을 의미한다고 말한다. 현대사회는 기욕이 왕성한 사회이다. 곳곳에 휴양지를 비롯한 숙박 시설, 노래방을 비롯한 오락 시설이 즐비하다. 사람들은 휴일에 즐기기 위해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각종 국내, 해외여행이며, 식도락을 즐기지 못하는 사람은 바보가 된 세상이다. 현대인의 행복은 점심 한 끼와 맞먹는 가격의 카페의 커피 한잔으로부터 시작되며, 소비사회의 유혹에 이끌려 구매행위를 하는 것에 있기 때문이다. 동시대 미술에서 일상의 풍경은, 특히 오늘날의 즐거움이 다분히 내포되어 있다. 그것은, 여가나 휴식, 독서 등으로 표현된다. 산수화에서 선비가 독서하고 있는 신선놀음은 오늘날 카페에서 독서하며 차를 마시는 화면으로 대체된다. 현대사회는 있는 그대로의 자연스러움보다는 무언가 기본 이상 더해진 모습에 치중한다. 그러한 이미지가 더 매력적으로 대중에게 다가오는 것이다.




1) 윤진섭 – 미술평론가, 1955년생, 국제미술평론가협회 부회장 – 출처 : 김달진미술연구소 인명 색인

2) 윤진섭, 「도시적 삶의 단면을 소재로 한 신풍속화」, http://www.daljin.com/column/11336.

3) 리차드 해밀턴 – 1922년생, 영국 팝아트의 혁신가, 1950년대 관습적인 미술 전통을 넘어 팝 아트 작품을 만들기 시작 – 출처 : 네이버지식백과

4) 킴바라세이고 - 동양화의 근대적 해명에 선구적 업적을 남긴 일본학자 – 출처 : 《동양의 마음과 그림》

 프로필이미지

박재은 _ 자유기고가

대학과 대학원에서 미술경영을 전공하였다.
전시기획을 다루는 큐레이터에 호기심을 느끼고 진로를 정했지만, 역량 부족이다. 옛 그림을 좋아하고, 옛 그림과 현대미술의 연결고리를 찾는 것이 흥미롭다. 그림과 마음의 연관관계를 믿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