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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옛 그림과 동시대 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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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호
{즐거운 옛 그림과 동시대 미술}
옛 선비가 사랑한 생활과 탈속의 미

박재은_자유기고가  date. 2018.11.21

전통 산수화를 보면 산속에 은거하여 풍류를 즐기는 선비의 모습이 자주 등장한다. 산수화에서 선비는 집 속에 들어앉아 아주 작게 표현되는 경우도 있고 소경인물산수화의 경우는 인물이 크게 표현되는 경우도 있다. 은일은 필연적으로 탈속(脫俗)의 미를 만난다. 은일은 은둔하는 현상을 말하며, 탈속은 은일의 속성이다. 탈속은 몇 가지 요소를 품고 있는데, 락(樂), 희구(希求), 고립(孤立), 애호(愛好)이다. 이 중 락(樂) 은 희구와 애호 속에서 발현되는 미감이라고 할 수 있다. 락과 희구, 애호는 서로 독립적인 것이 아니라 서로 어우러지고 퍼져나가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간단히 말하면, 은일은 세속과 떨어져 다소 고립된 생활을 말하며, 세속과의 단절이다. 산속의 은일자는 음풍농월(吟風弄月)하며 요산요수(樂山樂水)하는 생활을 즐긴다. 이러한 즐거움은 자신의 마음속 이상향을 향한 희구로 해석될 수도 있고, 애호하는 바를 끝까지 펼쳐나가는 주체적인 정신으로 해석될 수도 있으며. 이러한 생활은 락(樂) 으로 총체적으로 승화된다.


[꾸미기]붉은 매화와 흰 매화.jpg


조희룡(趙熙龍,1789-1866), 붉 은 매화와 흰 매화, 세로 124.8 cm 가로 46.4cm, 국립중앙박물관소장


매화를 좋아함은 우선 옛 선비들이 아취를 사모하는 데서부터려니와 지난 가을에 누구의 글인지는 모르나 散脚道人無坐性 閉門十日爲梅花[산각도인무좌성 폐문십일위매화, 앉을 성품 못 되어 이리저리 어정되는 노인, 문 닫고 십 일 동안 매화 피길 기다린다]란 완서(阮書) 한 폭을 얻은 후로는 어서 겨울이 되어 이 글씨 아래 매화 한 분(盆)을 이바지하고 폐문십일(閉門十日)을 해보는 것이 간절한 소원이었다. 1)

조선의 19세기 화가 조희룡 2) 은 장자적 탈속의 삶을 추구하였고, 매화를 가까이 두고 즐기고 그렸다. 옛 선비가 자연 속에서 자신의 시간을 소요하며, 자신이 좋아하는 매화에 취해 일상을 보내는 것은 당시로써는 자주 있는 풍경이었을 것으로 짐작이 된다. 세속의 속기에 눌려 자신의 기상을 펼쳐 보이기 어려운 경우나 정사(政社)로 부터 떨어져 나온 경우는 필연적으로 자신이 사랑하는 세상으로 삶의 전환점을 맞이한다. 이러한 세계관에는 타협은 없다. 자신의 올곧은 주체성으로 오직 자연과 자신이 사랑하는 생활과 마주하는 일상이 있을 뿐이다. 이러한 탈속의 세계를 표현한 현대작가는 김민주 3) , 오순환 4) , 홍경택 5) , 제유성 6) 등이 있다. 김민주는 전통 산수화에서 발견되는 풍류를 조금 더 현대적인 화면으로 옮겨 놓았다. 옛사람의 풍류를 유희적인 화면으로 대체하여 현대인의 즐거움을 사유한다. 산을 좋아하고 물을 좋아하는 한국인의 심성을 이발소의 키치 그림으로 표현한 오순환의 경우도 탈속의 미를 표현한 경우이다. 탈속을 좀 더 넓게 확장하여 본다면, 홍경택과 제유성을 들 수 있다. 홍경택의 경우 책가도를 현대적인 화면으로 표현하였다. 옛 사람들이 책과 함께 애호하는 사물을 책가도에 그려 넣은 것과 같은 맥락으로 좋아하는 사물을 빼곡히 그려 넣었다. 홍경택의 경우 탈속은 발 디딜 틈도 없을 만큼 빈 자리를 허락하지 않는데, 타인의 공간을 배제한 자신만의 공간을 건설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제유성의 경우 키덜트적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화면을 구성한다. 놀이동산이나 아이들의 장난감이 연상되는 빽빽한 화면은 좋아하던 사물들로 자신만의 왕국을 건설하던 유년시절이 녹아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사물이나 정서의 고집스런 애착은 탈속의 미를 규정짖는 하나의 단서가 된다. 그것은 옛 사람이 매화를 곁에 두고 감상하는데 몰두하여, 때때로 다른 일을 잊어버리는 것으로 부터, 자신이 좋아하는 세계를 완고하게 지키는 정서로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TMI

1) 이태준 , <무서록>

2) 조희룡 - 조선후기 화가, 그림에는 <매화서옥도> 등이 있다.

3) 김민주 - 전시는 2007년 갤러리 라메르 김민주회화 등. 대표작으로 어락도(魚樂圖)가 있다.

4) 오순환 - 2001년 남산화랑 전시 등이 있다. 본문에 언급된 작품은 남산화랑 전시에 출품되었던 <휴일>이다.

5) 홍경택 - 1968년생 경원대학교 회화과 학사 - 출처 네이버

6) 제유성 - 1963년생, 서양화가, 상명대학교, 홍익대학교, 이화여자대학교 강사 - 출처 네이버 

 프로필이미지

박재은_자유기고가

대학과 대학원에서 미술경영을 전공하였다.
전시기획을 다루는 큐레이터에 호기심을 느끼고 진로를 정했지만, 역량 부족이다. 옛 그림을 좋아하고, 옛 그림과 현대미술의 연결고리를 찾는 것이 흥미롭다. 그림과 마음의 연관관계를 믿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