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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옛 그림과 동시대 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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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호
{즐거운 옛 그림과 동시대 미술}
부유하는 소망 - 정수진의 <뇌해>와 <일월반도도>

박재은_자유기고가  date. 2019.01.29

작가 정수진 1 의 <뇌해>는 수많은 이미지를 만나던 학부 수업 시간에 처음으로 접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 선생님은 슬라이드로 이미지를 넘기며 강의를 이어가셨다. 동시대 작가의 많은 이미지를 접했지만, 기억에 남는 작품은 내 마음속을 스치고 지나가는 것들이나, 정수진의 <뇌해>처럼 이미지가 강렬한 경우이다. 정수진의 <뇌해>는 양파가 둥둥 떠다니는 바다 풍경이다. 들여다보면, 노를 젓는 사람, 기도하는 사람, 바다를 떠다니는 사람, 등등 유심히 보면 이것은 뇌 속의 풍경이다. 뇌해(腦海)라는 말을 통해 유추할 수 있듯이, 머릿속 바다, 즉, 머릿속을 떠다니는 무수한 잡념들, 부유하는 생각들을 표현한 것이다. 사실, 보통사람들은 잠시도 딴생각을 멈추기가 어렵다. 심지어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중에도 딴생각이 스치곤 한다. 어떤 일에 집중하지 못하고 다른 생각이 계속해서 떠오르는 것은 노이로제 증상의 일종이다. 우리가 무엇을 하고 있을 때 온전히 그것에 집중할 수만 있다면 우리들은 모두 다 위대한 업적을 남길지도 모른다. 책을 읽을 때, 밥을 먹을 때, 심지어 잘 때조차 우리는 망망대해를 헤매고 있다. 꿈결에서 수많은 망상의 바다를 헤엄치고, 심지어 아침에 깨어서 어젯밤에 무엇 때문에 잠을 설쳤는지조차 잊어버린다. 정수진의 <뇌해>는 보고 있으면 머릿속이 터져버릴 것처럼 복잡하다. 이렇게 복잡한 머릿속으로 일상생활이 가능한지 궁금할 따름이다. 사실, 정수진의 <뇌해>와 <일월반도도>를 연결하여 생각한 것은 얼마 전의 일이다.

[꾸미기]본문일월반도도 병풍_PS0100201100100644300000_0.jpg

일월반도도; 비단에 채색, 317*65cm*8,  국립고궁박물관 소장


<일월반도도 (日月蟠桃圖)>의 넘실대는 바다가 사해(四海)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 최근이니까 말이다. 사해는 수미산을 둘러싸고 있는 바다이다. 수미산 2 은 불교의 우주관에서 나온 세계의 중심에 있다고 하는 상상의 산이다. 꽤 어렵게 들리는 말이지만, 필자가 이해하기에는 우주의 중심이니 우주 자체나 다름없는 것이다. 요즘은 보편적으로 알려지게 된 사실인, 인간의 발달에 관한 정신분석학적 관점은, 인간이 태어나 0세부터 6세까지 중요한 발달은 모두 이루어지며, 이것을 담당하는 것은 주요 양육자라고 이야기한다. 양육자, 즉 어머니이다. 다시 말해, 우리가 태초에 만나게 되는 환경은 어머니인 것이다. 즉, 우주의 중심인 수미산의 역할은 우리 개개인에게는 어머니가 담당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하늘의 법과 질서를 세우는 것은 아버지이지만, 대지의 자연과 먹을 것, 안락을 제공하는 것은 어머니이다. <일월반도도>에서는 천도복숭아가 열린 산 가운데 바다가 넘실댄다. 복숭아 그림은 무병장수, 번영, 행운, 행복을 뜻하였기에 왕실에서부터 사대부 계층은 물론 민화에서도 많이 그려졌다. 특히 서민들의 생활소품에서는 장수의 상징으로 복숭아만을 강조하여 표현하는 경우도 많았다. 3  <일월반도도>의 사해는 수미산을 둘러싸고 있는 존재이다. 세상의 중심을 둘러싸고 있으니, 이 또한 거대한 우주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어떻게 보면 우리는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거대한 우주에 던져진 존재이다. 그 속에서 관계를 맺고 살아가다 보면, 자신의 행동과 선택이 부메랑이 되어 자신에게 돌아온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이 나듯이, 모두 다 나로부터 비롯되었다. <일월반도도>에서 거대한 사해(四海) 사이에서 피어난 복숭아가 인상적이다. 옛 그림의 대부분이 행복과 소망을 간직한 것처럼 <일월반도도>의 복숭아는 넘실대는 사해에 피어난 소망이자 희망이다. 거친 파도가 몰아쳐도 뚫고 나오는 희망 말이다. 결국, 동시대 작가 정수진의 <뇌해> 역시 밑바닥에는 소망이 깔려 있는 것이 아닐까. 우리들의 잡념들은 결국 잘 살고자 하는 욕망이며,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의 소망을 이루고자 하는 분투의 다른 얼굴일 뿐이니 말이다.  



TMI

정수진 - 홍익대학교 회화과 졸업, 시카고미술대학원 졸업 -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수미산 - 불교에서 나오는 세상의 중심에 있는 상상의 산 -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윤열수 ,  <서민의 삶과 꿈, 그림으로 만나다> , 다섯수레, p. 147. 

 프로필이미지

박재은_자유기고가

대학과 대학원에서 미술경영을 전공하였다.
전시기획을 다루는 큐레이터에 호기심을 느끼고 진로를 정했지만, 역량 부족이다. 옛 그림을 좋아하고, 옛 그림과 현대미술의 연결고리를 찾는 것이 흥미롭다. 그림과 마음의 연관관계를 믿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