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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옛 그림과 동시대 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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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호
{즐거운 옛 그림과 동시대 미술}
즐거움 - 옛 그림과 동시대 미술을 관통하는 키워드

박재은_자유기고가  date. 2019.02.20

동시대 미술에서 즐거움이란 요소는 꼭 짚고 넘어가야 하는 부분이다. 전통회화에서 화조화나 산수화 등에서도 즐거움은 내포되어 있었다. 그것은 화조화에서 편안하고 안락한 분위기로 나타났으며, 산수화에서 탈속의 즐거움으로 발현되곤 하였다. 동시대 미술에서 즐거움은 조금 더 팝적인 것, 희희낙락하는 즐거움으로 표현된다. 팝적인 유희에 가까운 작업은 전통의 현대성을 띠는 작업에서 많이 발견된다. 또한 팝적인 작업들은 만화적 요소를 끌어들여 작업하는 경우가 많다. 2000년 전후로 이러한 작업이 유독 왜 많아졌을까? 그것은 TV 만화를 주로 시청하기 시작했던 80~90년대에 유년기를 보낸 작가들이 지금은 성인이 되어 자신의 작업에 익숙하던 코드를 접목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추측도 해본다. TV 만화, 잡지 만화 등 그 당시 80~      90년대의 오락거리는 한정되어 있었고, 그렇기 때문에 모두 다 같은 것을 공유하는 대중성이 보다 짙었다. 어떤 측면에서, 현대미술에서 팝적인 요소가 많이 있다는 것은 작가가 의도적으로 팝을 차용했다기보다는 자신의 익숙했던 유년 시절부터 공유된 문화의 코드를 끌어들이는 시도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그러한 유년 시절의 문화에는 즐거움이 있었다. 오락적이고, 어린아이의 유희같은 즐거움은 동시대미술에서 또 다른 생기를 획득하고 있다. 전통회화에서 기운생동이 수없이 많은 연마 속에서 터득하는 정신적인 힘이라면 동시대 미술에서 생기를 획득하는 것은 대중적으로 공유하는 즐거움 속에 있다. TV, 영화, 드라마, 잡지 등 대중이 즐겨 향유하는 것들로 부터이다. 이런 것들은 TV를 시청하며 아무 생각 없이 하루의 피로를 날리는 휴식 속에 있거나, 자신이 좋아하는 어떤 취미를 즐기거나, 좋아하는 품목을 소비하는 형태의 즐거움이다. 이러한 즐거움은 찰나적이다. 순간적이고 오락적인 즐거움은 동시대미술에서 생기를 획득하는 원천이 되고 있다. 오락적인 즐거움은 캐릭터의 웃고 있는 얼굴에서 비롯되거나, 잡지 만화나 문자도에서 문자의 기능이 팝을 통해 활용되는 것에 기인한다.


전통회화에서 산수화를 보면, 적막하고 고요하며 탈속적인 즐거움이 표현된다. 장자에서도 지락(至樂) 1) 을 언급하지만, 세속적인 즐거움이 배제되는 개념이며, 산수화에서는 화조화의 즐거움과는 약간의 차이를 보인다. 산수화에서 즐거움은 세속을 초탈한 초월적 경지에서 오는 정신적인 즐거움이다. 장자의 지락(至樂)과 같다. 반면에 화조화에서의 즐거움은 동식물들을 매개로 한 세속과의 어울림이다. 화조화에서 즐거움은 동물들이 벌인 장난으로 표현되기도 하는데, 웃음과 익살로 우리의 마음을 평화롭게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전통을 차용하여 현대적인 작업을 하는 작가로는 손동현(1980-) 2) 이 있다. 손동현은 그동안, 문자도나 전통초상화에 현대적인 도상을 결합하여 보여주었다. 손동현의 작업 역시 즐거움을 키워드로 설명해 볼 수 있는데, 영모도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손동현의 <영모도>는 디즈니 만화에서 볼 수 있는 만화 캐릭터의 익살스러운 표정과 몸짓이 인상적이다. 영모화의 화면에 디즈니 만화 캐릭터를 결합하였다. 손동현은 <영모도>에서 전통회화의 화면에서 발견되는 익살을 현대적인 재미로 환원한다. 전통회화에서 발견되는 정서적인 개념인 해학이 우리나라의 한(恨)의 정서를 초탈한 데서 오는 초월적인 웃음이라면 익살은 삶을 긍정하는 에너지라고 말해 볼 수 있다. 손동현은 익살을 재미와 오락적인 즐거움으로 풀이한다. 현대사회에서 우리에게 행복을 가져다주는 만화 캐릭터를 통해 오늘날의 즐거움의 의미를 되새긴다.



손동현.jpg

손동현 <영모도> 지본수묵채색, 93*52cm 2006



1) 지락(至樂) - 더할 나위 없는 즐거움, <장자>참고

2) 손동현 - 서울대학교 동양화 학사, 2015년 송은미술상 대상 수상

 프로필이미지

박재은_자유기고가

대학과 대학원에서 미술경영을 전공하였다.
전시기획을 다루는 큐레이터에 호기심을 느끼고 진로를 정했지만, 역량 부족이다. 옛 그림을 좋아하고, 옛 그림과 현대미술의 연결고리를 찾는 것이 흥미롭다. 그림과 마음의 연관관계를 믿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