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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옛 그림과 동시대 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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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호
{즐거운 옛 그림과 동시대 미술}
구성연 - 찰나의 행복

박재은_자유기고가  date. 2019.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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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ndyseries #R03


구성연은 자신이 만든 사탕꽃이나 팝콘매화를 사진 찍는다. 구성연은 사탕으로 알록달록한 색에 화려하고 달콤해 보이는 화면을 만든다. 민화에서 모란 등의 꽃을 그릴 때 최대한 풍성하게 화면을 구성하듯이 구성연의 사탕꽃은 장식적이다. 민화에서 모란은 부귀를 상징한다. 모란꽃은 꽉 찬 덩어리감이 보여주듯, 가볍고 가냘파 보이는 꽃들과 다르게 부귀와 왕을 상징하는 꽃이 되었다. 민화에서 꽃은 우리 삶의 가파른 질곡과 고통을 잊게 해주는 아름다움이다. 긴 겨울을 지나 봄에 움트는 것처럼 삶의 고달픔에서 벗어나 잠시나마 화사함과 생기를 가져다주는 것이 꽃이다. 민화에서는 꽃과 동물에 여러 가지 상징을 담아 우리 삶에 복을 기원하였다. 모란은 부귀, 고양이는 장수, 게와 잉어는 입신출세 등을 상징하였다. 이러한 것들은 우리 삶의 통과의례를 무사히 넘기기를 바라는 마음의 반영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문인화, 민화에서 많이 그려진 꽃과 새들은 인간의 집단 무의식을 투영한다고 볼 수 있다. 구성연은 민화에서 그려진 모란이나 문인화에서 많이 그려진 매화를 우리에게 익숙한 사물인 사탕, 팝콘 등의 화면으로 대체한다. 사탕은 보기만 해도 구매욕과 식욕을 돋우게 생겼다. 구성연의 사진은 민화에서 행복을 상징하는 꽃을 사탕이라는 현대인의 즐거움의 한켠에 자리한 사물로 옮겨 놓는다. 사탕과 꽃은 언뜻 상관이 없어 보이지만, 둘다 찰나적인 속성을 지니고 있다. 사탕은 한여름에 금방 녹아 버리는 특성을 지니고 있고, 꽃 또한, 봄이라는 시간을 다 통과하기 전에 시들어 간다. 우리의 행복도 이와 다르지 않다. 지루한 일상 속에 잠깐의 휴식, 잠깐의 달콤함과 즐거움이 전부이다. 현대인의 행복도 마찬가지이다. 여가, 휴식, 휴일, 여행, 저녁 있는 삶... 현대인이 욕망하는 것은  옛 사람이 욕망하던 것과 다르면서도 닮아 있다. 화조화에서 평화롭고 안락한 여유를 내포하고 있는 것처럼 현대인이 욕망하는 것도 이와 다르지 않다. 현대인의 시간은 온전히 자신이 주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어린이들과 청소년은 학교라는 공간에서 그들의 시간을 주관하고 있고, 어른들은 그들의 일터에서 흘러가는 시간이 그들이 삶을 지배하고 있다. 현대인들이 가장 생기를 획득하는 시간은 휴일이다. 동시대  미술에서 전통이 변용될 때, 평화로운 휴식이나 즐거움을 표현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현대인의 욕망이 전통회화에 내포된 여유로움과 만날 때 설득력을 갖기 떄문이다. 전통회화에서 나타난 휴식과 즐거움은 다소 긴시간 동안의 여유로움이 있다면, 동시대 미술에서 그것이 변용될 때에는 조금 더 찰나적인 속성을 지닌다. 구성연의 경우도 사탕이나 팝콘처럼 입속에서 금방 녹아버리는 순간적인 즐거움에 집중한다. 민화에서 꽃은 꽃이 지닌 순간적인 아름다움에 집중했다기보다는 그것이 상징하는 영원성에 의미를 두었다. 꽃은 일시적인 것이지만, 옛사람들은 그것에서 인간의 부귀와 행복을 영원히 바라고 욕망하였다. 구성연은 현대인의 행복은 입속에 녹는 사탕이나 팝콘처럼 순간적이고 감각적이라고 말한다.


꽃이라는 게 워낙 피어있는 동안은 눈부시고 아름답지만 이내 지고 나면 자취도 없어지니까요. 한순간 달콤하지만 결국 혀끝에서 녹아 없어지는 사탕처럼 세속적 욕망의 성취는 속절없는 것이겠으나, 그 바람들이 아직 갖지 못한 것들에 대한 부질없는 갈망이 아니라, 지금 이미 펼쳐져 있는 현재에 대한 긍정으로 이루어지기를 나는 바랍니다. (작가노트)


불교에서는 "인생은 고통의 바다이다."라고 말한다. 인간은 어머니 뱃속에서 나오는 순간부터 스스로 해야 하는 일들이 생긴다. 그때부터 고통이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삶은 도처에 갈등과 번민이 도사리고 있고, 넘어야 할 장애물들의 연속이다. 한가지 과제를 끝내면 또 다른 숙제가 기다리고 있다. 이처럼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고행 속에서 행복은 어쩌면 찰나적인 것일지 모른다. 구성연의 사탕꽃이 순간의 달콤함을 표현했듯이 말이다.


구성연 - 1970년생

              1994년 동국대학교 인도철학과 졸업

              1997년 서울예전 사진과 졸업

 프로필이미지

박재은_자유기고가

대학과 대학원에서 미술경영을 전공하였다.
전시기획을 다루는 큐레이터에 호기심을 느끼고 진로를 정했지만, 역량 부족이다. 옛 그림을 좋아하고, 옛 그림과 현대미술의 연결고리를 찾는 것이 흥미롭다. 그림과 마음의 연관관계를 믿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