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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옛 그림과 동시대 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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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호
{즐거운 옛 그림과 동시대 미술}
안성민의 국수산수

박재은_자유기고가  date. 2019.08.21

안성민 1 의 산수는 독특하다. 전통시대 산수가 물 좋고, 공기 좋은 곳에서 자연을 관조하는 선인들을 표현한 것이라면 안성민의 산수는 보다 현실과 맞닿아 있다. 산수에 내재된 고매하고, 고차원적인 정신성에서 국수라는 다소 이질적인 화면으로 본래의 산수화를 전복하는 것이다. 산수의 물줄기는 국수가락으로 대체된다. 옛 선인들은 산수를 그리고, 보며, 즐겼다. 산수를 보고 즐기는 행위는 문인들의 취향이라고 말 할 수 있다. 한 끼 밥을 먹기 위해 농사를 짓고 밥을 짓는 서민들에게 산수를 즐기는 일은 배부른 취향일 수 있다. 안성민의 산수는 산수에서 제외된 형이하학의 세계를 끄집어낸다. 인간은 육신을 가지고 있다. 옛 선인들이 높은 이상향을 품고 있다고 하더라도 먹고 자고 배설하는 행위에서 벗어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아무리 높은 이상을 가진 사람도 배고픔과 추위는 느끼며, 그것은 육체를 가진 인간에게는 모두 예외가 없는 사항이다. 육체를 지닌 존재, 인간은 그 자신의 행위에 따라서 금수(禽獸)만도 못한 존재가 되기도 하고, 때때로 신(神)으로서의 가능성도 열려 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을 보면, 예수와 제자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인간존재의 가능성은 예수를 배신한 가롯 유다부터 성인의 반열에 오른 예수까지 열려 있다고 할 수 있다. 불교적인 관점에서 보면, 인간은 곧 부처이자, 중생이다. 안성민의 국수산수는 산수화에서 생략한 인간의 삶을 더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폭포수처럼 뿜어져 나오는 국수가락은 먹고 사는 서민의 삶을 떠올리게 한다. 


어떤 면에서 안성민의 회화는 전통을 차용하지만 살며시 전복하는 태도를 취한다. 산수화는 본래 문인들이 그리고, 향유하였다. 박윤영이 문인화에서 배제한 여성을 떠올리게 했던 것이 <몽유생리도> 2 였다. 대부분, 전통을 전복하는 작업은 일반 서민과 여성을 배제한 문인화를 문제시하는 것이다. 더불어, 문인화가 너무도 고매한 정신성을 강조한 사실을 전복하는 것이다. 안성민의 회화는 전통을 변용한 다른 많은 작업들처럼 약간의 유머도 간직하고 있다. 모란에서 마카롱이 달려 있는 장면은 구성연의 사탕꽃을 떠올리게 한다. 전통에서 모란이 지니는 무거움을 마카롱이라는 달콤한 디저트로 가볍게 전환한다. 동시대 미술에서 전통의 현대성은, 전통의 무거움을 가벼움으로 전환하는 데 고심한다. 동시대 미술에서 전통을 전복하는 작업 역시 전통의 이러한 무거움을 문제시하는 데서 시작한다. 


더불어 안성민의 회화는 초현실적이다. 장롱 속에 서랍을 열면, 그 안의 또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듀안 마이클 3 의 이미지처럼 이미지 안에서 또 다른 이미지를 만나게 된다. 민화에서 역원근법 4 으로 표현된 다수의 회화들처럼 안성민의 회화도 역원근법으로 표현되었다. 역원근법은 서양에서 발달된 원근법과는 다른 질서를 따르고 있다. 역원근법이 민화 본연의 천진함과 꾸밈없는 맛을 더욱 살렸다고 볼 수 있다. 질서를 거스르는 세계, 어쩌면, 동시대 미술에서 전통의 현대성은 기존의 가치관과 질서를 문제시하고 다른 관점을 제시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안성민.jpg

Aphrodisiac, 2017, 순지에 채색, 61*46cm


1. 안성민 작가는 2005년 뉴욕 퀸스컬리지 아트센터에서 , 2012년 뉴욕 Gallery Ho에서 2013년 서울의 헬로우 뮤지엄에서 <가끔은 달콤하게> 등 국내외에서 다수의 개인전과 2017년 'Aisa Week, New York' 행사에 뉴욕  강컬렉션과 함께 참여한 전시 등 여러 그룹전을 진행했다. - 출처 http://artminhwa.com

2. 박윤영의 <몽유생리도>는  TV에 생리대 광고를 보고 영감을 받았다. 생리대에 먹으로 작업하였다.

3. 듀안 마이클 : 1932년생 사진작가 덴버대학교 예술 학사

  1958년 타임지 그래픽 디자이너

  1960년 쇼지 전속사진가

  1963년 뉴욕 지하화랑 개인전

  1966년 조지 이스트먼 하우스가 개최한 사진전 출품 - 출처 네이버 인물검색

4, 역원근법 - 조감도를 그리는 방법의 하나. 자연스러운 시각과는 달리 배경의 입체를 전경( ) 입체보다 크게 그리거나 화면의 중심을 향하여 집중하여야 선을 반대로 확산하여 그리는 방법으로, 특히 동양화에서  수 있다. - 출처 네이버 국어사전

   

 프로필이미지

박재은_자유기고가

대학과 대학원에서 미술경영을 전공하였다.
전시기획을 다루는 큐레이터에 호기심을 느끼고 진로를 정했지만, 역량 부족이다. 옛 그림을 좋아하고, 옛 그림과 현대미술의 연결고리를 찾는 것이 흥미롭다. 그림과 마음의 연관관계를 믿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