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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옛 그림과 동시대 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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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호
{즐거운 옛 그림과 동시대 미술}
미인도 - 아름다움의 기준, 그리고 해체

박재은_자유기고가  date. 2019.12.26

전통시대 인물화는 크게 초상화 , 고사인물화 , 도석인물화로 분류된다 . 이중 초상화를 보면 단연 남성이 압도적으로 많이 그려졌고 , 여성의 이미지는 드물게 등장한다 . 조선시대 여성을 많이 그린 인물로는 신윤복을 들 수 있다 . 신윤복의 < 미인도 ( 美人圖 )> 는 기생으로 유추할 수 있는 젊은 여성의 얌전한 자태를 그렸다 . 노리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여인의 손길과 한쪽 어깨를 살짝 옆으로 돌린 자세는 수줍고 가녀린 인상을 준다 . 살펴시 올려다 보고 있는 눈 또한 정면을 응시하지 않고 특정대상에 머물지 않는 묘한 느낌이다 . 머리는 가채를 틀어올렸고 뒷머리는 잔머리가 애교를 더해준다 . 한쪽 버선발이 살며시 드러났는데 작고 고운 자태다 . 우리는 신윤복이 그린 여인들을 통해 당시 미인으로 선호되었던 얼굴을 짐작해볼 수 있다 . 현대에는 큰 눈망울에 이목구비가 다소 뚜렷한 미인이 선망의 대상이 되는 반면에 조선시대에는 초승달 눈썹과 눈에 작은 입과 코의 여성이 아름다운 것으로 여겨졌음을 알 수 있다 . 또한 현대에는 개성들도 다양해 미인들도 각양각색인데 , 신윤복에 풍속화에 등장하는 여인들은 대체로 비슷비슷한 얼굴들이다 .


미인도의 계보는 대체로 신윤복의 < 미인도 > 부터 시작되어 채용신1 < 팔도미인도 >, < 운낭자상 >, 김은호2 , 김기창3 , 장우성4 의 여인상들이 있다 . 이중 채용신의 < 운낭자상 > 은 다소 드문 그림으로 , 그 역사적 배경을 보면 烈女 의 이미지가 강하다 . 조선 시대에 여인들은 어려서는 아버지의 뜻을 따르고 , 젊어서는 남편의 뜻을 따르고 , 늙어서는 자식의 뜻을 따르는 삼종지도 ( 三從之道 )’ 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 일상 속의 아름다운 자태보다는 남편에게 절개를 지키는 열녀 ( 烈女 ), 자식에게는 자애로운 현모 ( 賢母 ), 지극 정성으로 부모를 모시는 효부 ( 孝婦 ) 가 이상적인 모습이었다 .5 따라서 아름다운 용모를 지닌 매혹의 대상으로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 유교적 이념을 수호한 기념화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 이밖에 이유태6 < 탐구 > 는 실험실의 여성을 그린 것으로 , 전문직여성이 등장하는 것이 흥미롭다 . 미인의 조건에 지식과 열정 , 커리어라는 새로운 기준이 추가된 셈이다 . 작가는 한국에도 전문직 여성이 배출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여 서울대학교 여교수를 직접 스케치 한 후 작품을 완성했다고 한다 .7


현대의 여성상은 전통의 기준을 해체하는 작업들이 종종 목격된다 . 데비한8이라는 작가는 우리가 아름답다고 인식하는 획일적인 아름다움을 해체하는 작업을 한다 . 그녀는 미국에서 생활하다 한국에 왔을 때 많은 여성들이 비슷비슷한 것에 놀랐다고 한다 . 2020 년을 바라보는 현재에는 조금 달라졌지만 10 년전 20 년전만 해도 여성에 대한 인식은 많이 달랐다 . 지금은 여성의 미를 대표하는 모델들도 다양한 개성들로 존재하지만 , 2000 년대 초반까지도 아름다움이라는 이름으로 여성의 자아가 억압되는 일들이 많았다 . 여성의 아름다움은 복합적인 측면을 지닌다 . 여성 스스로도 아름답길 원하고 , 사회에서도 그것을 당연히 요구하고 , 권장한다 . 수많은 젊은 여성들이 식이 조절을 하느라 거식증에 가까운 병증을 방치하고 있기도 하다 . 데비한의 Fresh Grin 을 보면 파를 뒤집어 쓰고 있는 젊은 여성이 보인다 . 여성은 웃고 있는데 , 마치 아름다운 의상을 입고 있다고 상상이나 한 듯이 말이다 . 데비한의 작업에는 먹는 것으로 치장한 여성들이 등장한다 . 마늘 목걸이 , 소세지 란제리 , ... 광고 속 만들어지고 꾸며진 여성을 해체하는 작업이 통쾌하게 느껴지는 건 필자가 여성이기 때문일까 ?

 

아시아적인 삶이 미국이나 유럽에 영향을 주고 그것이 한국에 돌아와 붐을 일으키는 거지요 , 꼭 미국이나 유럽의 필터링을 거친 뒤에야 좋다는 걸 인정하는 것 같아요 . 이미 우리가 갖고 있던 삶의 방식이었는데도 말이죠 . 여성의 몸도 마찬가지에요 . 여성의 몸이 자신의 소유가 아니라 사회의 소유가 되는 거에요 . - 예술가의 방 - 아나운서 김지은과의 인터뷰 중에서

 

데비한의 인터뷰를 살펴 보던 중 인상깊은 말은 우리나라는 꼭 미국이나 유럽의 필터링을 거친 뒤에야 좋다는 걸 인정한다는 것이다 . , 우리가 가진 문화 , 예술 등 많은 부분이 해외에 인정을 받은 후 인식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 영화인 경우도 해외의 유명한 영화제에서 수상한 작품은 관객이나 평론가가 그 작품을 다시 보게 된다 . 어떻게 보면 우리문화에 대한 가치도 외국의 유명학자가 어떤 부분이 훌륭하다고 찬사를 보내면 두고두고 인용이 된다 . 슬프게도 우리는 우리 자신의 소중한 장점을 보지 못하고 지낸 것이 아닐까 ? 김춘수의 꽃처럼 누군가가 불러줘야 꽃이 되는 존재인거 같다 . 우리 모두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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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비한, , disital lightjet print, 65*100cm, 2005


1. 채용신은 조선후기의 화가이다. 호는 석지, 본관은 평강이다. 그림은 산수, 인물, 영모 모두 잘 그렸다. - 출처 구글

2. 김은호는 대한민국의 동양화가이다. 아명은 김양은이며, 아호는 이당이다. - 출처 구글

3. 김기창은 대한민국의 동양화가로 호는 운보이다. - 출처 구글

4. 장우성은 한국의 현대화가이다. 호는 월전이다. - 출처 구글

5. 조인수, <군자의 삶, 그림으로 배우다>, 다섯수레, p. 49.

6. 이유태는 일제강점기, 대한민국의 화가이다. 호는 현초이다. - 출처 구글

7. 송희경, <20세기 전반 전통화단의 '미인도'>, p. 14. 전시  <미인도취>도록 참고.  

8. 데비한은 1969년생이다. 미인의 기준을 해체하는 비너스 시리즈 등을 선보였다.

 








 

 프로필이미지

박재은_자유기고가

대학과 대학원에서 미술경영을 전공하였다.
전시기획을 다루는 큐레이터에 호기심을 느끼고 진로를 정했지만, 역량 부족이다. 옛 그림을 좋아하고, 옛 그림과 현대미술의 연결고리를 찾는 것이 흥미롭다. 그림과 마음의 연관관계를 믿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