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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해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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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호
{항해일지}
항해일지 #2018-08-28

성북동 아스팔트  date. 2018.11.27

<우주 항해일지>
2018. 8. 28.(화)

...그랬습니다.

천둥과 번개가 큰 비와 함께 몰아치던 어느날 저녁, 11번째 우주 항해를 앞두고, 5명의 그램 대원들이 비장한 얼굴을 하고 모여 앉았다. 시내 한켠 마련된 센터에는 벌써부터 물이 들어차기 시작했다.  

우르르 쾅쾅. 

"나머지 대원들에게 오지 말라 연락할까요?" 

"한 대원은 못 온다 연락했고, 한 대원은 이미 근처라네. 다른 대원들에게서는 아직 연락이 없어. 이대로 속행하는 수밖에..."

"꼬로꼬로라이더는 미끼를 던지고 훅 물어버린 사람들에게 누군가의 자전거를 함께하자는 말도 들었다네. 비만오면 쥐새끼가 떠다닌다는 망원동의 분위기가 물씬 느껴지더군. 사진보다는 그림이 나을 수도 있었을테지만 도리어 김광석의 자전거 노래가 떠오른다는 자들도 있었어. 21대의 자전거가 그녀 뒤에 포진해 있고 세운홀에서 자전거 전시를 하자던 작자도 나타났어."(누군가의 자전거/꼬로꼬로라이더)

솨아아 쏴.

"내 얘기라 그런지 재밌었다는 반응은 어떤가. 그 신기한이 내 친구의 친구였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했어. 좀 짧았다면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이만한들 어떠한가. 이제 한 획을 그을만 하네."(중간정산/합정동오키)

"은일자라니... 이 얼마나 클라식한가. 하지만 21세기 종자들이 한다는 소리가 겨우 친절하지 않다는 것인데 어쩌나. 이 시대를 사는 우리의 업보니 받아들여야 할 수 밖에. 욕 먹으면 집행부 전원 사퇴로 변명할 수 있으니 좀더 힘을 내서 각주를 달아보세."(즐거은 옛 그림과 동시대 미술/메텔)

"돌아온 탕아의 외전도 자극적이었네. 어린 시절 황야를 떠돌던 내 젊은 날들이 떠오르더군. 신조어 열전을 연상케하는 버프라니 이 또 얼마나 새로운가. 무엇보다 그 와중에도 쓴게 대단하다, 재밌었단 생각이네"(사물의 시선/세실)

우르르 우르르 쾅

"나도 뭔가 써보고 싶어지더만. 이제 써야할 것 같다 하는 기분이랄까. 꼬로꼬로라이더는 여러모에서 자극적이었네."(중경삼림)

"여성이라는 주제는 충분히 숙고했다고 보네. 이제 존재에 집착해볼까. 키워드 자체가 가볍고 웃긴 것이라면 좀 더 대중적인 반응을 얻을 수 있겠지만, 나에서 시작하는 나의 북큐레이팅에 좀더 집중해보려고 한다네."(잉여인간)

"방탈출 형식의 전시에서 나도 나의 존재의 의미를 찾아보려고 했네. 방탈출의 끝을 보겠다...랄까. 하지만, 별로더군. 그래서 이제는 다른 쪽으로 넘어가보려고 하네. 흥미가 떨어졌달까. ASMR이나 VR, 유투브쪽을 들여다보려고. 이제 우리 어린이들은 모두 크리에이터가 되고 싶어 한다니까."(Lisaa)

"택시라니까. 택시. 운전사 무서운 냥반들 있어도, 뭔가 해볼 수 있을 것 같소."(참치나무)

차라락.

오전부터 분주히 여러 건의 임무를 마치고 돌아온 대원이 방금 받은 급전을 전했다. 이런 악천후 속에서 이곳을 방문하고자 하는 외부인사가 있다. 바다를 건너 이곳으로.

"쓴다. 쓴다니까... 이 상황을 이겨내고, 그러나 드문드문 간헐적으로 하겠소. 좀더 쉽게 예술기행을 떠날 수도 있겠소. 하지만 내 펜끝을 멈추지는 않겠소."(빨간씨)

비밀의 용사를 만나기전에 서둘러 오늘 맡겨진 미션을 처리한다. 홈페이지는 디자인 확정되면 10월에는 나온다는 똑같은 말들이 반복되고, 어쨌든 디자인이란 놈을 잡아서 밴드라는 동네에 올리면(Lisaa) 거기에 이런저런 의견을 보태어(참치나무) 정하는 것으로 하였다. 편지를 기다리는 지원자들이 있다는 말에 마음이 흔들려, 간단한 알림을 보내는 수준도 자유롭게 생각해봤다. "어머, 발행되었네."라고.

다음 우주 기행은 9월 28일(금). 9월엔 민족 대이동의 달로, 별도의 회합은 갖지 않기로 하고, 뜻이 맞는 우주인들은 정동 어귀에서 만나기로 했다. 현재 날짜는 미정. 다음 우주 기행 승선의 마감일은 9월 19일(수)이다. 새롭게 우주선의 방을 마련한 이들을 위한 집들이 선물로 문화상품권이 총무(빨간씨)에 의해 증정되고, 그간 고생했던 선장(합정동오키)에도 포상이 주어졌다. 노력하는 자들에게는 노력한 만큼의 떡밥이 쥐어진다는 교훈을 뒤로, 13인의 대원들은 다음 승선을 기대하며, 아쉬운 작별을 맞이 했다.

* 후기 : 비밀의 외부 인사는 다음 승선의 티켓을 과연 거머쥘 수 있을까. 아마, 노력한 만큼. 봐주지마라, 빨간씨.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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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동 아스팔트

광활한 우주에서 미지의 세계를 만나듯 새로운 글쓰기를 시작합니다. 비싸고 만들기 까다로운 버터의 대체재가 되어준 마가린처럼 색다른 시선으로 공감되는 이야기들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