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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해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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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호
{항해일지}
항해일지 #두 번째 행성이 온다

성북동 아스팔트  date. 2018.12.26

<항해일지>

2018.12.18.(화)

# 두 번째 행성이 온다

 

 

삐삐삐...뚜루뚜루...

 

교신이 끊긴 지 벌써 몇 달이 넘어가고 있다. 여전히 부활의 행성에서는 글들이 창궐하고 있음에도, 윌버그 박사의 비합리적인 주장이 마치 사실로 증명되듯, 지난번 일어난 103번째 빅뱅 이후 무수한 열정의 잔해들만 무중력 우주에서 부유하고 있을 뿐이다. 조나단 선더가 "무중력 부유 이론"을 정면으로 반박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해결되고 있지 않은 가설의 정합성이 난제다.

 

"과연 지금 우리는 행복한가."

 

태초에 말씀이 있었다는 조물주의 천지창조 능력이 재현되지 않는 한, '그렇다 하는 말이 진정 그렇게 실현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세기말적 불안감이 문제일 수도 있다. 글을 쓰겠다는 것도, 재미지게 특별하게 개성을 갖추겠다는 것도 분자의 가장 작은 단위인 적극적인 소통이 전제가 되지 않는 한 그 어떤 화학적 작용(spark), 물리적 접촉(출석)도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전기를 흐르게 할 수 있는 단자들을 고안하지 않는다면. 16이나 32커릿이 아닌 그 승수의 비율로 강한 전자적 자극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환경을 새로 구축해야 한다."

 

1930년대를 풍미하던 에두슨 박사의 명언을 떠올리지 않아도, 우리는 이미 "이세계( 異世界 )"로 넘어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를 실현할 자본도, 자원도 풍족하지 않은 우리로서는 다른 대안을 절박하게 찾아야 할지도 모르겠다.

 

"두 번째 행성을 찾아보는 것은 어떻소."

 

최근 잦아진 미세먼지 폭풍을 뚫고, 연말을 가장해 모인 우주마가린 대원들 중 하나가 제안했다. 대화의 시작은 너무 단순하다 싶을 정도로 쉬운 계기를 통해 이루어졌다.

 

"최근 이 미끌거리고 축축하고 자극적인 미생물(i.e.Golbaengi)가 그 두 번째 행성에서 출토된 것이라는 가설이 있소."

 

"사실 이 오독거리고 까끌거리는 뼈들(i.e.Odolbbeoy)가 제78번째로 이름 붙은 미지의 행성에서 획득된 것이라는 설도 있어요. 우리의 모험은 훨씬 더 광활할 수 있는 것이죠."

 

우리가 나아가야 할 그 행성들은 사실 56만 광년이나 멀리 떨어진 그곳에 있을 수 있었다. 궁리 반도 출신의 나미나주나(i.e.Nam&Joo) 박사가 밀레니엄적 사고를 떨치고 새로운 세계로 나가자 제안한다.

 

"이세계에 우리가 원하던 파라다이스가 있을 수 있어요. 모험은 우리의 본성 아닐까요. 원체 모험이 주는 짜릿함을 위해, 그 모험을 위해 우리는 그 가을, 을씨년스러운 바람을 뚫고 모였던 것 아닐까요."

 

하여 우리는 두 번째 행성이 어디에 있는지, 우리가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 목적도 방향도 잃었을지도 모르나, 제멋대로의 대명사인 마르크 스메롱 박사가 말했듯 프루 동거스기 마스터가 말했든, 무중력 상태로 해체되었을지도 모르지만 아직은 증명되지 않은. 그 에네르기를 다시 한 번, 전자적 자극으로 빅뱅을 유도하기 위해, 아무리 인위적이라 해도, 새로운 천지창조는 아닐지라도, 두번째 행성으로 나아가기 위한 추진체, '결정'을 얻기 위해 다시 한 번 '전 의지를 결집(i.e.총회)'해야 할 수도 있다. 아마 우리 우주마가린 인들은 그토록 원하지 않았던 인생의 도박, 혹은 인생의 다른 재미, 짜릿한 탈출구를 마련하는 행동에 임하게 될지도....

 

"낭만은 그렇게 온다."

 

어둠과 빛이 함께 하는, 개와 늑대의 시간이 주는 청량한 푸른빛을 우리는 갈구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56만 광년 저 너머에 있는, 지금은 저 너머에 푸르게 희미하지만, 그저 손에 잡을 수도, 손에 잡힐 수도 있는 푸른빛 광선을 우리는 부여, 잡아야 할지도 모르겠다.

   

하여 우리는, 우주마가린선의 마지막 승선 혹은 순간을 위해 준비했어야 하는 그 끔찍한 붉은 버저를 누르고야 말았다. 순록의 저 진중한 발걸음처럼. 그저 꾸욱. 우리의 종말을 예고할 수도 있는 저 붉은 버튼을 그저 누르고야 말았다.

 

"모이세요. 모이.........이우..세요. 그 결집에."

 

이것이 우리를 맞이하고 있는 저 두 번째 행성에 대한 맞음일지, 아니면 또 다른 종말의 기착점일지 알 수 없지만. 때로는 운명의 여신이 내던진 주사위처럼, 인생은 그렇게 흘러가고야 말 것이다.

 

아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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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동 아스팔트

광활한 우주에서 미지의 세계를 만나듯 새로운 글쓰기를 시작합니다. 비싸고 만들기 까다로운 버터의 대체재가 되어준 마가린처럼 색다른 시선으로 공감되는 이야기들을 전합니다.